지휘자 리더십 대통령과 닮아
아직 후보 결정하지 못했다면
경청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시론]내일 투표하지 않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60210120982975_1748826729.jpg)
이탈리아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는 악보를 정확하게 연주하지 않거나 기량을 뽐내듯 연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악보에 적힌 음표와 부호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것이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했다. 성격은 불같아서 단원들은 토스카니니를 ‘폭발하는 베수비오의 화산’이라고 불렀다. 그의 존재는 단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소리를 지르며 지휘봉을 집어 던지고 리허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주회장을 뛰쳐나갔다. 그의 말년을 함께 했던 단원들은 “정말 무서워요. 폭군입니다. 하지만 존경할 수밖에 없는 거인입니다.” 천재적인 암보 능력을 지닌 그는 300여 곡의 레퍼토리를 악보 없이 지휘했다. 심지어는 작곡가 본인도 외우지 못하는 악보를 암보하고 있어 작곡가를 주눅 들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지휘자다. "단원이 연주를 즐길 수 있어야 훌륭한 지휘자"라고 강조한 그는 대화를 즐겼고, 자기 생각보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절대적 권력을 쥐고 있지만 군림하지 않았다. 지휘자는 단원과 동등한 존재라며 단원들에게 자존감을 높였다. 오케스트라의 능력은 빠르게 성장해 연주하기 어려운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부활'시켰으며,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만들고 청소년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 보급에도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일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휘자와 대통령의 리더십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경청해야 한다. 경청은 소통의 전제 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음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는 “악기의 소리와 연주자의 마음까지 들어야 한다”고 한다. 지휘봉과 가장 가까운 제1 바이올린부터 뒷줄의 타악기까지 모두 듣고 분석하고 조절해야 한다.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르치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그리고 연주되는 소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연주회장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의 역할이다. 포디엄은 그곳에 서 있는 자를 우러러보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연주자를 잘 보고 들으라고 만든 것이다.
내일은 5년간 대한민국을 지휘할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오늘 밤 마음을 바꿀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투표하지 않겠다면 그 마음은 바꿔야 한다. 혹자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데, 그것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 권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는지를 망각한 것이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권리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다시 생긴 것은 불과 38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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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이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불렸던 제20대 대통령선거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내일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인수위원회도 없이 공식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이번 대선을 왜 치르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혐오와 적대의 선동 정치에 몰두한 후보보다 국민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후보에게 투표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을 뒤덮은 극단의 불협화음을 연주할 수 있는 마에스트로에게.
임훈구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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