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놀이터·파크골프장도 좋지만
인구 470만명당 한 곳은 너무하지 않나
조례 개정 앞장 선 용산구 박수 받을 만
![[서울NOW]우리 동네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급한 일 아닌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60206522982547_1748814749.jpg)
반려인들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 노인들을 위한 파크골프장도 좋다. 그런데 산모와 신생아가 이용하는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도 되는 일인가.
서울에서 아이 낳는 일은 축복과 부담이 동시에 찾아오는 일이다. 출산 후 산모와 신생아가 직행하는 산후조리원은 필수 코스다. 그런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공공산후조리원은 딱 두 곳, 송파구와 서대문구뿐이다. 나머지 23개 구 산모들은 민간산후조리원에만 의존하거나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공공시설에 클릭 경쟁, 추첨 경쟁을 해야 한다.
모두가 주머니가 두둑하다면 두말할 필요 없겠다. 하지만 서울 내 민간산후조리원 일반실 2주 평균 이용요금은 478만원, 특실 평균은 764만원이다. 실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요금 부담은 평균값보다 크다. 서울시 전체(112곳)의 14.3%가 몰려 있는 강남구(16곳)의 이용요금이 서울 평균 요금의 두 배쯤 되니 말이다.
이에 비해 서울에 있는 두 곳 공공산후조리원 중 송파구 공공산후조리원은 이용요금이 190만~209만원이다. 나머지 한 곳 서대문구는 25만~250만원이 든다. 당연히 예약은 쉽지 않다. 송파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인터넷 선착순 예약을 하는데 30분 이내에 마감된다. 추첨하는 서대문구의 경쟁률은 5대 1이 넘는다. 그마저도 타 구민에게는 문턱이 높다.
서울 출산율 0.58명. 출산율 역대 최저, 저출생 국가 위기라면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인프라는 왜 늘 뒷전인가. 공공산후조리원 설치가 더딘 데는 이유가 있다. 막대한 예산 부담이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서 공공산후조리원 한 곳을 짓는 데 100억원은 족히 들어간다. 매년 투입하는 20억원이 넘는 운영비의 절반 이상이 적자지만 국비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구청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민간과의 마찰도 부담이다. 공공시설 확대는 시장 교란이라는 반발을 불러온다. 그래서 등장한 게 산후조리비 지원이었다. 하지만 산후조리비 지원은 오히려 민간 이용료 인상만 부추겼다. 2년 전 서울시가 산후조리비 지원제도를 도입했을 때 시내 산후조리원 114곳 중 37곳이 이용요금을 올렸다.
감염병 관리 문제와 이용자 민원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과거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검토하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계획을 접은 지자체도 있다. 강도가 높아지는 민원 대응도 걱정이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에 따른 처벌 부담도 있다.
제도적 걸림돌과 공간 부족도 큰 문제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기반시설로 인정받지 못해 기부채납이나 공원부지 활용 등 다양한 개발사업과 연계하기 어려웠다. 유휴부지가 부족하고, 땅값이 높은 서울 도심에서는 더욱 큰 장애물이다.
이런 현실에서 용산구가 보여준 '현실적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용산구는 산후조리원을 사회복지시설과 같은 공공기반시설로 포함하자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건의했고, 서울시가 이를 수용해 지난달 조례를 개정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도심 현실에 맞게 개발사업에서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산후조리원 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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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해 운영하기까지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그럼에도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 공공산후조리원 신설을 추진하는 구청장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인구 470만명당 한 곳인 서울의 공공산후조리원. 너무 심한 일 아닌가.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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