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무역법 적용 고려"
트럼프 1기 시절 전략 재활용
미국 연방법원이 4월 '해방의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 관세'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자 참모들이 '플랜B' 일환으로 1974년 무역법 활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여러 옵션 저울질 중"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를 가능하게 할 새로운 법적 권한을 찾아야 할 상황에 대비해 여러 옵션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28일 미 연방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등을 무효화하고 시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해당 관세가 실제로는 "무역의 불균형에 대응한 것"이며 이는 1974년 무역법 122조에 명시된, 보다 좁은 범위의 국제수지 관련 권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같은 날 연방 항소법원은 항소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판결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내각에서 검토되는 대안은 1974년 무역법의 122조와 301조를 순차 적용하는 것이다. 무역법의 122조는 "미국의 크고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 시간을 번 뒤 같은 법의 301조를 적용해 교역국들에 대한 개별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교역국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시행을 위해선 일정 기간의 통지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301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중국 관세 부과 등의 근거로 이용됐다.
트럼프 참모들 '표정 관리'…글로벌 IB "영향 제한적"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법원 판결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대외적으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IEEPA로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설령 그것이 안 된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대체 수단을 시행할 단계는 아니며, 항소심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과거 정부나 현재 승인된 절차들이 있지만, 우선은 항소에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나바로 고문이 언급한 대안은 1974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는 최대 15%까지, 150일간 한시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훨씬 좁은 범위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는 "처음부터 이 조치를 쓰지 않은 이유는 지속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바로 고문은 미국에 차별적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1930년 스무트-할리 관세법의 활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가 안보'가 관세 확대의 근거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WSJ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 중인 모든 방안은 정부 출범 초기 몇 주 동안 논의됐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들 IB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정부의 통상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IEEPA가 막혀도 다른 다양한 관세 도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정책 효과는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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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연방 항소법원이 1심에 제동을 걸고 상호관세 일시 복원을 명령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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