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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집 만든다고 빈집이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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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집 만든다고 빈집이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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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최북단 연천군 백의리에 도착하자마자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천장이 내려앉은 빈집들이 간신히 서 있었다.한 시간 가까이 수소문한 끝에, 한 주민에게 빈집이 창궐하게 된 사연을 듣게 됐다.


이곳은 한때 1000명이 모여 살 정도로 번성한 농촌 마을이었다. 고령의 주민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빈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상속받은 자녀들은 '집을 팔아도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집을 버려뒀고 빈집은 점차 늘어났다.


군청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허물어진 집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만들었고 마을협동조합에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마을의 쇠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을의 유일한 어린이집은 수년 전 문을 닫았고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는 군부대 장병에 의존하며 간신히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는 너나 할 것 없이 리모델링 위주의 빈집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빈집을 임대주택이나 문화공간으로 개조하거나 활용이 어려우면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 4곳이 지난달 발표한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도 마찬가지다. 농어촌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귀촌자, 청년에게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 공약도 이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빈집을 수리해 은퇴한 노년층과 청년에게 무료로 임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을 주민들은 빈집을 개조하는 사업에 회의적이었다. 일자리도, 관광지도 없는 마을에 집만 고친다고 사람들이 들어올 리 없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지자체 공무원은 "정책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며 리모델링이 만능처방처럼 반복되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이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대책 대부분은 빈집을 '어떻게 고칠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담당 부처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가장 쉬운 방식이다. 깔끔하게 개조된 집에 청년이 이주해 사는 모습은 홍보용으로도 제격이다.


외형만 고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빈집이 왜 생겨났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중소도시, 농촌 등 입지별로 빈집이 생겨나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지적한다. 연천군과 같은 농촌은 인구감소와 일자리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중소도시와 수도권은 무리한 신도심 개발과 정비사업 지연으로 빈집이 생겨난다.


농촌 빈집 대책은 주택 개조와 함께 인프라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귀촌 인구에게 빈집을 공급한다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터와 기반 시설이 없다면 이들은 다시 도심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도심은 정비 지연 사업지를 중심으로 철거 지원이 필요하다. 도심이 슬럼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 이곳을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선제적 철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중소도시는 무분별한 신도심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외곽에 공급된 새 주택이 원도심의 인구를 흡수하지 못하도록, 인구 추이를 반영한 개발 인허가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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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은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떠난 자리다. 그 자리에 벽돌을 다시 쌓기 전에, '왜 떠났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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