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안 통과 시 대규모 국채 발행 예상
달러 자산 하락 우려…미 국채금리 상승
달러 몰락 시나리오 비관적
미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 탓에 기축통화인 달러 지위가 흔들리자 그 틈을 위안화와 유로화가 파고들고 있다. 달러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주가, 채권, 달러가 동반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안화와 유로화가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패권 약화를 틈타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달러 몰락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과장됐으며 달러 패권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트럼프 관세전쟁에 달러인덱스 하락…대규모 감세안 달러 지위 약화 부채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4월2일 103.66에서 이달 27일 한때 99.31까지 미끄러져 이 기간 4.2% 하락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27일 기준 환율 격인 중간환율을 달러당 7.1876위안으로 고시했다. 같은 날 역외 위안화는 7.191위안에서 거래됐으며 전날엔 7.162위안까지 오르며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지위가 흔들리는 건 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운 데다 미 하원이 최근 통과시킨 대규모 감세법안(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이 이를 부채질했다. 1000쪽이 넘는 이 법안은 대규모 감세와 지출 증대를 포함해 연방 부채한도를 4조달러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팬워튼 예산모형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기초 재정적자(이자 지출 제외)를 2조8000억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하락의 근본 원인은 미국 자산이 여전히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이라며 "미국의 경제 정책, 국가 신용등급 강등, 확장적 재정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국가부채는 23일 기준 36조2000억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이자 비용만 1조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 말(10월)까지 미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향후 미국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7월부터 9월 사이 순발행 규모가 1조25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여파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향후 4.8%에서 5%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ICC는 "미국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트리플 위기(주가·채권·달러의 동반 하락)'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패권 흔들리자…각국 중앙은행 통화 패권 강화 움직임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은 이를 틈 타 자국 통화 패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글로벌 유로화의 시간을 만들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유럽의 운명을 더욱 강력하게 자기 주도로 이끌어갈 기회"라고 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자국 주요 은행들에 국제 무역 거래 시 위안화 사용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표시 무역 거래 비율의 하한선을 25%에서 40%로 올렸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월 상품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율이 30% 수준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글로벌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율은 58%로, 유로화 비중(20%)을 월등하게 앞선다. 다만 기간을 늘려보면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2000년 70%에서 현재 58%로 감소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달러 지위가 약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위안화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달러 패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부편집장은 "위안화는 중국과의 교역에 있어 적합한 결제통화일 수 있지만, 중국은 자본통제와 비유동적인 국내 금융시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제공해 온 유동성 높고 안전한 자산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외환전략 책임자인 제임스 로드도 "달러의 몰락에 대한 예측은 상당히 과장됐을 수 있다"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속적인 지배력으로 여전히 강화될 것이다. 달러는 여전히 중앙은행 배분, 글로벌 무역 금융, 외환 거래, 국경 간 대출 및 채권 발행에서 선호되는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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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경제적, 금융적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위안화가 달러에 대한 도전자로 여겨지지만, 세계 외환보유액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까지 약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적어도 10년 동안은 달러의 지배력을 위협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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