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수요 88%↑, 판매량 200%↑
신규 주문 90%는 해외발
"지정학 리스크 우려에 안전 관할권 선호"
동방의 제네바, 싱가포르 금 허브 부상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초고액 자산가들이 금을 싱가포르로 옮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26일(현지시간) "글로벌 부유층 사이에서 실물 금괴를 싱가포르에 보관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근에 위치한 6층 규모 귀금속 보관소 '더 리저브(The Reserve)'의 설립자 그레고르 그레거슨은 CNBC 인터뷰에서 "올해 초부터 4월까지 금·은 보관 주문이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 업체의 금·은 판매량도 20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거슨은 "고객들은 관세, 세계정세,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 속에 싱가포르와 같이 안전한 관할권을 선호한다"며 "실물 귀금속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보관소의 신규 주문 중 90%가 싱가포르 외부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금괴 같은 실물 자산은 가격 변동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초부유층이 위험 분산의 수단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물 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며, 위기 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오랜 기간 선호돼 왔다.
싱가포르는 비교적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갖춘 국가로, '동방의 제네바'로 불릴 만큼 자산 보호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싱가포르에서는 금 거래 인프라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아박스 상품거래소(Abaxx Exchange)는 런던과 뉴욕 중심의 국제 금 시장에 도전장을 내며, 오는 6월부터 실물 금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싱가포르가 금 거래의 신흥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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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값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 미국 자산시장 불안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됐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약 33% 상승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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