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문 부숴""의원 끄집어 내"…윤석열 재판서 '계엄군 지휘부 통화' 재생

尹, 대선 전 마지막 공판서도 '묵묵부답'
이상현 "정상상황 아니라는 생각에 철수 조치"
尹측, 녹음 재생에 "민감한 시기에 굳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다섯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현 전 육군 특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이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님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한다'는 지시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담을 넘어 국회 본관에 간 뒤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담긴 통화 녹음도 재생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전 10시 15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준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준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 특수부대를 투입한 인물이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병력 269명에게 국회 출동을 지시한 뒤 지휘 차량에 실탄을 싣고 국회로 출동해 현장을 지휘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등으로 지난 2월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불구속기소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ㆍ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5.26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법정에서 이 준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준장이 부하인 2대대장에게 '담을 넘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를 다시 전달하는 녹취 파일을 재생했다.

이 준장은 계엄 선포 직후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2개 대대를 국회로 보내고 건물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내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이 준장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도발이나 테러 상황이면 개인별 실탄을 나눠줘야 하는데, 지휘관에게 통합 휴대하라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그렇다면 소요사태 같은 것인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에 의회 난동 같은 상황이라면 탄약 없이 제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준장은 처음에 민간인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로 이해했으나, 10여분 뒤 그 대상이 국회의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준장은 이러한 지시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저도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작전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시를 따르던 이 준장은 길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구나"를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령관님이 '대통령님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오라고 했다'며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했다"며 "'대통령님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한다'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일반적 군사작전에서 대통령이 지시하지는 않고, 길거리에 있는 시민들의 행동을 보고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바짝 들었다"며 "이후 철수 조치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법정에서는 이 준장이 국회에 출동할 대대장들에게 "오늘 철야 작전한다. 권총은 휴대하지 않고 비살상무기, 전자총, 테이저건, 포박, 포승, 케이블타이 등 비살상 물자를 휴대한다'고 지시하는 녹취도 재생됐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녹음파일 재생을 두고 "민감한 시기에 굳이 녹음을 재생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여러 번 이의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녹취 파일은 위법수집증거 쟁점으로 남아있고, 녹음 파일을 다 듣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라며 "공개 법정에서 언론인들이 듣는 상황에서 녹음 파일 재생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 조사방식에 따라서 재생한 건데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거냐"고 받아쳤다. 검찰과 윤 대통령 측의 실랑이가 계속되자 재판부는 "채택된 증거라서 재생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며 "언론에서 듣는 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중재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6월 3일 대통령선거 전 열린 마지막 공판이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앞두고 국민께 하실 말씀 없는지', '불법 계엄 아직도 사과할 생각 없는지', '부정선거 영화 왜 봤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오전 재판, 휴정 후 열린 오후 재판과 재판 종료 후에도 대답이 없던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을 쳐다본 뒤 미소를 지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ㆍ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5차 오전 공판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6 사진공동취재단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약 6시간 동안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눈을 감은 채 자리를 지켰다. 이 준장의 녹취가 재생되는 중간중간에는 옅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또 중간중간 고개를 깊게 숙이며 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의 6차 공판은 대선 이후인 6월 9일에 진행된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