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위한 관세·환율 전략
'마러라고 합의' 가능성 낮지만
환율 협상 압박 현실화될 수도
계량경제학으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얀 틴 베르헌은 경제정책 목표는 분명하고 실현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보유한 정책 수단이 정책 목표보다 많거나 같을 때만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n개의 정책 목표를 위해서는 정책 수단이 n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된 경제정책 목표는 미국 제조업 부활이다. 이는 관세 정책만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였나? 2025년 판 플라자 합의인 미국 달러화 약세를 이끄는 '마러라고 합의'의 가능성에 주요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스티븐 미런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 무역 시스템 재편을 위한 가이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미국이 관세와 환율을 양 날개로 무기 삼아 관세정책으로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달러화 약세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끌어낸다는 게 전략으로 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세와 환율에 각각 별도의 담당 각료가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만일 미국이 플라자 합의 같은 정책을 우리에게도 요구할 경우에 제대로 이해할 대목이 있다.
첫째, 달러 가치 하락은 플라자 합의와 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라는 정책조합의 결과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에게 금리를 내릴 것을 강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프랑스, 서독, 일본, 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다.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문제로 1970년대 말과 같은 달러 위기가 재발할 것을 두려워한 선진국들이 합의했다,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미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약 50% 평가 절상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플라자 합의 후 1년 뒤에 달러 가치가 엔화 대비 거의 반으로 떨어졌다. 이게 단순히 플라자 합의 때문일까. 당시 미 당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 완화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 더해져 달러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둘째, 인위적인 달러 가치 하락이 몰고 올 파장이다.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돼 글로벌 자산 시장에 혼돈이 올 가능성도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 자산시장에서 해외 주식 투자자의 이탈이 오고 미 국채 금리도 폭등하면 문제다. 지난 플라자 합의 당시와 달리 달러화 약세와 국채 금리 하락의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셋째, 미국의 관세 부과가 우리 수출 지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절상은 문제가 있다. 5월 중순(1~20일)까지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 급감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도 2.4% 줄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9%P에 달해 가장 높았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P로 거의 무시할 정도였다. 환율 인하로 수출이 줄어들어 저성장이 굳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은 없다는 게 우리 외환 당국의 입장이다. 하긴 현재의 외환시장 규모는 1985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방식의 환율 협상 강행은 일정한 밴드를 정해 이루어질 수 있다. 관세와 환율 협상은 다가올 새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문제이다. 운명의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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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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