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면접보고, 합격 판정까지
'옹엔진'으로 동선 최적화…지연율 0.3% 미만
고령화 시대, 시니어가 물류 현장의 주역으로 다시 서고 있다. 시니어 배송 전문 플랫폼 '내이루리'는 단순 일자리 중개를 넘어, AI 기술을 활용해 시니어 인력의 채용부터 물류 운영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이루리는 만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배송 매칭 전문 플랫폼이다. 단순 퀵서비스가 아니라, 도시락·급식·B2C 예약배송·재활용 수거 등 반복성과 정시성이 중요한 배송 서비스를 수행한다. 일반적인 물류 기사와 달리, 하루 평균 4~6시간 정도 짧게 일하며, 사회적 단절을 느끼는 시니어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30)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시니어가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라며 "AI를 통해 검증력과 효율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이루리는 GPT 기반 AI 면접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니어 채용 과정의 가장 큰 허들인 '신뢰성 검증'을 자동화했다. 지원자는 온라인 링크를 통해 비대면 면접에 응시하고, AI는 응답 내용을 분석해 근속 가능성, 성실성, 체력, 디지털 수용성, 현장 적합성 등을 점수화한다.
AI 면접 결과와 실제 운영 매니저 평가의 일치율은 약 80%. 정 대표는 "이제는 대면 면접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시스템이 안정됐다"며 "면접 한 건당 소요 비용도 약 700~800원 수준이라,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I 면접 시스템은 전국 단위 채용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서울 중심이던 활동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AI 도입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배송 현장에서는 내이루리 자체 개발 AI 시스템 '옹엔진'이 움직인다. 배정된 배송 물량을 기사들에게 어떻게 분배할지, 어떤 순서로 어떤 경로로 돌면 최적인지를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이는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과제를 통해 개발된 기술로, 현재는 특허 등록까지 완료된 상태다.
실제 도입 이후 옹고잉의 배송 지연율은 0.3%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시간당 배송 건수도 경쟁 플랫폼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AI가 복잡한 도심 동선을 자동으로 설계해주니, 체력 부담이 큰 시니어 기사들도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내이루리는 최근 전 직원의 고용 형태를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용지원금 축소와 경기 둔화로 고정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대신 더 많은 중장년층이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현재 내이루리는 약 700명의 중장년 배송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사로는 아워홈·현대그린푸드 등 급식 유통 기업들이 있다. 향후에는 인력 파견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하루 2~3시간 단위 근무가 필요한 곳에 중장년 인력을 공급하는 파견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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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AI는 효율의 수단이지만, 동시에 시니어가 일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라며 "기술을 통해 시니어 고용의 불안을 해소하고, 전국 단위 인력 매칭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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