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 1.5% 적용
외곽 지역, 매수심리 위축 전망
규제 시행 앞두고 막차수요 몰릴듯
강남권, 대출의존도 낮아 영향 한계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어 대출 규제만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낮은 서울 강남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급지와 그 외 지역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7월1일부터 모든 가계 대출에 1.5%의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해 9월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계대출에 각각 1.2%, 0.7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2단계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3단계 DSR이 시행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기존 대비 3~5% 축소될 전망이다. 예컨대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금리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대출금리 4.2%)를 받는다고 가정할 시 2단계 규제에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이지만 3단계 규제하에서는 5억9000만원으로 감소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비수도권 지역은 규제 적용을 연말까지 유예하고 현재의 2단계 스트레스 금리(0.75%)를 유지하기로 했다.
◆수도권·서울 외곽, 거래 위축 예상…강남권 영향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서울 강남권 등 고액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급지 시장은 자기 자본으로 매매하는 현금 부자가 주를 이루는 만큼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이미 자산 여력이 있는 계층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시장으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보면 이들의 상당수가 대출 없이 현금으로 매수를 하는 상황이기에 대출 규제 타격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등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자본을 움직여 매수하는 지역이라 DSR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3단계 DSR을 시행한다고 해도 대출한도가 3000만~5000만원 정도 줄어드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지역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현금 보유력이 낮은 실수요층이 몰리는 지역이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경우 매수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보다는 경기 지역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평균 소득이 적어 대출한도 여부가 매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청년층 내 집 마련 기회 위축 우려
3단계 DSR 시행 전 서울 외곽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7월1일 이전에 이뤄진 신규 거래에 한해서는 종전 2단계 규제가 적용되기에 대출 한도 감소를 피하고자 거래를 서두르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미리 주택을 앞당겨서 구매하려는 매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규제 시행 이전인 6월까지 해당 지역으로 거래량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가 되레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가로막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금 보유력이 낮은 신혼부부와 청년층은 3단계 DSR 규제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양 수석은 "DSR은 시장의 과열된 투기수요를 막고 가계부채 건전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규제"라면서도 "반면 대출의존도가 높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은 대출 한도가 줄면 더 좋은 입지에 주택을 매수할 기회가 좌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3단계 DSR를 모든 차주에 일괄 적용하기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예외 조항을 두는 등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공급 부족…대출 규제로 수도권 집값 억제 역부족
3단계 DSR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집값 상승 흐름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실화하는 공급 부족 문제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장기적으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데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로 대출 규제 효과가 상쇄될 수 있기에 3단계 DSR이 수도권 시장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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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3단계 DSR 규제로 무리한 영끌을 막을 수 있어 투기적 거래 감소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다"면서도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집값 상승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고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매매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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