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
트럼프 정책 탓...유럽에는 기회"
전문가 "외국인 태환·접근 자유화땐
위안화는 美와 필적할 글로벌 통화"
달러 패권이 약화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에 이어 2위 기축통화로 역할 하고 있는 유로화의 경우 유로존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돼 있지 않고 채권시장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채권 시장이 따로 존재한다. 유로존은 충분한 안전자산을 생산하지 못한다.
스위스프랑화는 안전하지만 스위스의 경제규모가 작다. 일본은 경제 규모가 크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23년 기준 252.4%일 정도로 부채가 많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랐지만 자본시장을 개방하려 하지 않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도 더디다.
금과 가상자산은 국가의 신용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축통화로서의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로화와 위안화다. 최근 달러 패권이 약해지는 틈을 노리는 것도 미국이 가진 막강한 달러 패권에 불만이 많았던 유로존과, 위안화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글로벌 유로 시대'를 열고 있다. 유럽이 유럽의 운명을 더 강력하게 이끌어갈 절호의 기회"라며 "그러나 이런 혜택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개방성과 다자간 협력이 보호주의와 힘의 경쟁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체제를 떠받치는 달러의 지배적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운명을 더욱 강력하게 자기 주도로 이끌어갈 기회"라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8일에도 프랑스 매체 라트리뷴디망슈와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강세 현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규칙한 경제 정책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이는 유럽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일반적으로 달러가 크게 절상돼야 할 불확실성의 시기에 유로화가 달러 대비 절상되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이는 금융시장의 특정 부문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뢰 상실로 납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위협이 아닌 기회"라며 "유럽연합(EU)을 심화시키는 과정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법치와 사법 시스템, 무역 규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불확실성이 매일 새롭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건전한 통화와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있는 안정적인 경제 및 정치 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했다. 앞서 루이스 데 귄도스는 ECB 부총재도 유로화가 수년 내 기축통화인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위안화에 대해서는 AMRO(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허이코(Hoe Ee Khor)가 홍콩 매체인 SCMP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위안화가 외국인의 태환과 접근을 자유화할 경우 글로벌 통화로서 미국 달러에 필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예외주의(미국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특별한 나라라는 생각)는 끝났다. 종말의 시작"이라며 "미국 달러는 예전처럼 안전한 통화가 아니다. 위안화는 항상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여겨져 왔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중앙에서 통제되는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원하고 있으며, 위안화가 이미 국경 간 구매 결제에서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금융시장을 심화시켜 외국인들이 위안화 표시 주식, 채권 및 기타 자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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