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2>개인, 가정 모두 망치는 마약
"예방, 치료 그리고 재활 모두 중요"
"마약의 끝은 정신병원, 교도소 혹은 죽음뿐". 유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름을 알렸던 방송인 서민재씨(개명 전 이름)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회복지원가 양성 과정을 수료한 뒤 밝힌 심정이다. 현대자동차 대졸 공채 출신 정비사로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서씨는 마약 투약으로 사랑하는 모든 걸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법원에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교사였던 어머니도 직장을 그만뒀다.
마약을 했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는 차라리 아들을 신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들은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질 않고, 마약 살 돈을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아들이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서 마약에 손대지 못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들이 끝까지 치료에 성공하지 못할까 봐 하루하루가 두렵다.
흔히 마약에 쓰이는 '마'자가 마귀 마(魔)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저릴 마(痲)의 마 자이다. 마약은 개인과 가정에 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악마의 약이기도 하지만, 투약자와 가족의 생각과 삶을 마비시키는 약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약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투약한 사람의 건강과 정신을 망가뜨려서만은 아니다. 마약은 투약자의 가족에게도 큰 정신적 불안과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더 고통스럽다.
25년을 마약중독자로 살았고, 신체포기 각서까지 쓰고 대출을 받아 마약을 구했던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 그는 22년을 마약중독자를 상담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은퇴 후 센터장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마약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전 센터장이 그동안 상담하면서 보았던 수많은 중독자 중엔 겉으로 보기엔 전혀 중독자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과 가족들이 매일같이 중독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데,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고 했다.
박 전 센터장 역시 처벌보다 예방과 치료, 그리고 재활에 중점을 둔다. 그는 수년 전부터 길거리에 있는 '마약 김밥' 같은 간판을 없애자고 주장해왔다. 교육을 통한 예방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마약에 친근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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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으로 벌을 받고 출소한 사람에게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들이 또다시 돈을 벌기 위해 범죄에 가담하고, 마약에 손을 대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마약 경험자로서 또 마약 중독자들을 현장에서 봐왔던 박 전 센터장의 생각이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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