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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 때 하수급인에게 바로 청구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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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발주자와 수급업자, 하수급업자 간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에 관한 합의(이하 '직불 합의')가 이뤄졌다면, 별도의 청구 절차 없이도 하수급업자에게 직접 지급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금 채권의 압류가 직불 합의 이후에 이뤄졌다면, 이미 소멸한 채권에 관한 것으로 '무효'라는 판단이다. 하급심이 '직접 지급 청구' 등 후속 절차를 요구했던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하도급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한 전향적 법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4월 3일 공탁금 출급 청구권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다273592).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 때 하수급인에게 바로 청구권 생긴다 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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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사건은 전북 정읍시가 발주한 교량 가설공사와 관련해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둘러싼 분쟁에서 비롯됐다. 정읍시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은 A 회사는 공사의 일부를 B 회사에 하도급을 줬다. 이후 정읍시-A 회사-B 회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B 회사에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한다는 '직불 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A 회사의 채권에 대해 다른 채권자들이 압류 및 가압류를 집행했고, 정읍시는 이로 인해 하도급 대금 전액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후 하수급인 B 회사는 자신이 우선권을 가진다며 공탁금 출급을 청구했고, 압류 채권자들은 이에 반발해 공탁금의 수령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쟁점]

직불합의가 체결됐을 때 하도급자의 직접지급청구권이 언제 발생하며, 그 권리가 제3자의 압류보다 우선하는지, 하도급법은 '합의 시점'에 직접 지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은 '지급 방법과 절차가 명확히 합의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해석상 충돌이 존재할 때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 등이 쟁점이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원고 B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직접지급 청구권은 '기성 검사 후 지급 청구' 등 절차를 거쳐야 발생한다"며 "직불 합의만으로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직접 지급 청구 이전에 피고들이 압류를 완료한 만큼 B 회사가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직불 합의에서는 하수급인의 시공 내역 분리, 정산 청구 등 절차가 요구된다"며 "직접 청구권은 그런 절차가 이행돼야 비로소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또 "수급인의 채권자 보호를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의 취지를 가능한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직접 지급 청구권의 발생 시기와 법적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하도급자 B 회사는 직불 합의가 체결된 시점에 이미 정읍시에 대해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 청구권을 취득했고, 이는 정읍시가 A 회사에게 부담하던 공사대금 지급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한 채 B 회사에게 이전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직불 합의 이후 A 회사의 채권은 법적으로 하수급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봐야 하며, 그 이후 이뤄진 압류나 가압류는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불 합의 이후 B 회사의 권리는 단순한 지급 청구 가능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A 회사의 정읍시에 대한 채권이 이전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법조 반응]

한 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은 하도급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 해석의 사례로, 하수급업자를 수급인 또는 일반 채권자에게 우선해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의 전향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용우(42·사법연수원 41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입법 취지와 적용 요건이 다름에도 동일한 효과를 부여한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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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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