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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⑭임정묵 "서울대 기득권 내려놓고 대학 서열화 타파…교육개혁 나서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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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안 낸 서울대 교수협의회장 인터뷰

"서울대가 먼저 나서야 교육개혁 공감 얻어"
"중·고 통합 학제로 적성 탐색 유도하고
수능 자격시험 전환, 여러번 치르자"
"서울대·국립대 공동학위제 추진해보자"

서울대 교수 2300여명 전원이 소속된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지난 4월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방안에서 중·고교 학제를 6년제로 통합해 적성 탐색을 위한 커리큘럼 교육을 하고, 인재 선발과 무전공 입학을 대학이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서울대와 거점국립대 간 공동학위제를 도입하고, 수능은 3~4번 치르되 자격시험으로 대체하자는 내용도 제안했다. 교수협의회는 "사교육과 양극화, 인구소멸 등 우리 사회의 누적된 문제들을 단편적 대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교육 체계의 근본부터 다시 세우도록 정부와 국민에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⑭임정묵 "서울대 기득권 내려놓고 대학 서열화 타파…교육개혁 나서야"[인터뷰] 임정묵 서울대교수회 회장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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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협의회가 교육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1960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는 방증이다. 특히 교수협의회가 제안한 서울대와 거점국립대 간 공동학위제 도입 문제는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는 데 그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서울대가 나섰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아시아경제가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을 서울대 행정관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익을 고민할 때"라며 "교육 방향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⑭임정묵 "서울대 기득권 내려놓고 대학 서열화 타파…교육개혁 나서야"[인터뷰]

-교육 개혁 제안이 서울대 내부에서 나오긴 처음이다.

▲서울대는 지금껏 대한민국 교육 서열의 꼭대기에 있었고,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혜택을 받으며 발전해왔다. 이제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미래 설계를 위해선 지금의 서열, 독점을 움켜쥐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각자의 적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다른 대학과 함께 전문성을 중시한 교학 체계를 자율적으로 구축해야 새로운 성장동력이 가동될 수 있다. 단지 입시제도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사회 전반의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서울대가 먼저 나서야 교육 개혁이 공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 입시 제도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수능은 양면성을 가졌다. 2028년도 대입체제 개편(내신은 9등급을 5등급으로 바꾸고 수능은 통합형 전환)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변별력을 잃으면 더 왜곡된다. 정책 하나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초·중·고와 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고, 사회 전반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 줄 세우기식 교육 시스템에선 아이들을 망치게 된다. 사회는 다양해졌는데, 교육은 여전히 획일적이다. 소위 '명문대생'은 수능 열 과목 잘 봐서 들어온 것인데 그들의 우월감이 열등감을 낳고, 이 구조가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애초에 수능이 점수로 줄 세우는 구조라 그렇다.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어떤가.

▲입시는 교육이 아니라 투자가 돼버렸다. 학벌과 연봉이 정확히 일치하는 구조에서 아이들이 적성과 상관없이 의대나 인기 학과에 쏠린다. 좋아서가 아니라 연봉이 높아서다. 경제개발 시대엔 공부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고 학생들의 꿈은 다양해졌다. 그런데 여전히 잣대는 하나다. 해결은 단순하다. 아이들이 어떤 길을 택하든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경쟁도 줄고, 사교육도 줄어들지 않겠나.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⑭임정묵 "서울대 기득권 내려놓고 대학 서열화 타파…교육개혁 나서야"[인터뷰] 임정묵 서울대교수회 회장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제안에 담긴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

▲서열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다양성과 적성을 존중하는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지금은 수능에 인생을 걸고, 교사·학생 모두 같은 방식으로 평가받는 구조다. 이대로 가면 교육은 더 획일화되고, 사교육은 더 커진다. 사교육을 없애려면 없앨 수 있는 조건을, 공교육을 살리려면 그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조금씩 손보는 걸로는 부족하고 총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초중고를 통합적으로 설계한 학제 개편, 중복 응시 가능한 자격시험형 수능, 학생 개별 재능을 평가할 수 있는 입시전형 확대, 대학 자율성 강화와 인적 지원 전환 등 모든 학령기에 걸쳐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수들 사이에 생겨 지난해부터 고민하고 토의했다. 핵심은 다양성이 반영된 교육, 초중고와 대학이 연결된 구조, 정보와 기회의 공정한 배분이다. 그래야 소모적인 공정 논쟁을 줄이고 진짜 의미 있는 교육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


-수능 개편 방안은 어떤 취지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신 1등이 수능에서 실수로 하나 틀려서 5등보다 낮은 결과를 받는다면 누가 더 실력 있는 학생일까. 그래서 '수능 중복 응시'를 제안한다. 여러 번 봐서 가장 좋은 점수를 활용하거나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과목 선택의 폭도 넓히고, 좋아하거나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는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단지 시험 횟수를 늘리자는 게 아니라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을 결정짓는 구조 자체를 바꾸고,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과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모의고사는 3번 이상 보고, 그에 따라 학원도 연계해 움직이지 않나. 자격시험형 수능을 기반으로 과목 다양성과 기회를 보장해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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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등을 거쳐 공론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교육 개혁은 혼자 할 수 없고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저출산, 양극화, 지역소멸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고통받고, 사회 전체가 비용을 치른다. 서울대 교수회가 내놓은 제안은 완성형이 아니며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교육 현장 전문가,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제대로 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⑭임정묵 "서울대 기득권 내려놓고 대학 서열화 타파…교육개혁 나서야"[인터뷰]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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