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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나 '죽은 시장' 살려냈다…입소문 타고 수천명 북적이는 '日 세카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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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주목받는 세카이 호텔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 후세역 인근
시장 골목에 스며든 독특한 형태의 호텔
폐점한 옛 점포를 리모델링해서 객실로 탈바꿈
숙박객들은 '패스' 얻어 인근 가게 이용
빈집 문제 해결하고 골목 상권 회복
"일상과 여행자 사이 균형 맞춰 나가고파"

"평범함.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Ordinary. It's worth experiencing.)."


일본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숙박업계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마을형 호텔' 세카이 호텔의 사이트 첫 페이지는 이런 문구로 접속자들을 반긴다. 바로 옆엔 손글씨로 쓴 듯한 일본어 메시지가 일본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여행지의 일상에 뛰어들자."


혜성처럼 나타나 '죽은 시장' 살려냈다…입소문 타고 수천명 북적이는 '日 세카이 호텔'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 후세지역에 만들어진 세카이 호텔. 사진은 세카이 호텔 프런트 앞에 걸린 간판.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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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 호텔은 오사카 동쪽 외곽인 후세역 인근 시장통에 스며든 독특한 '마을형 호텔'이다. 일반 호텔처럼 한 건물로 있지 않고, 시장 골목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방치된 여러 빈집과 폐업한 가게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객실로 쓴다. 좌우 길이로 따지면, 1.8㎞에 이르는 골목 일대가 모두 세카이 호텔이다.


일상을 경험해보자는 사이트의 메시지는, 이러한 호텔의 특성과 설립 취지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세카이 호텔 매니저 키타가와 마리씨는 "우린 이곳을 관광지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손님들이 여기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주민 일상과 여행자 사이 균형을 맞춰 나가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카이 호텔을 찾은 관광객들은 '여성복 키요시마'라는 옛 기모노 가게 간판을 그대로 남긴 프런트 사무실을 찾아 먼저 체크인해야 한다. 이어 문을 닫은 지물포, 과자가게, 물리치료원을 고쳐 만든 객실을 배정받는다. 객실 안은 세련된 현대식 디자인으로 완전히 새로 단장됐다. 하지만 바깥은 본래 점포의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는 등 옛 모습을 남겨놨다. 옛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말끔히 차려진 '비밀의 객실'로 이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혜성처럼 나타나 '죽은 시장' 살려냈다…입소문 타고 수천명 북적이는 '日 세카이 호텔'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 후세지역에 만들어진 세카이 호텔. 사진은 세카이 호텔의 침실. 사진=김형민 기자
혜성처럼 나타나 '죽은 시장' 살려냈다…입소문 타고 수천명 북적이는 '日 세카이 호텔'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 후세지역에 만들어진 세카이 호텔. 사진은 세카이 호텔 객실 내 거실. 사진=김형민 기자

호텔은 손님을 맞는 프런트 공간과 마을 곳곳에 있는 객실만 직접 운영한다. 식당, 목욕탕 같은 부대 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지 않은 대신 고객들을 협력 관계를 맺은 오랜 동네 가게들로 안내한다. 호텔에 묵으면 이곳 숙박객임을 표시하는 파란색 명찰 같은 '세카이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숙박객들은 이 패스를 이용해 동네 가게들을 자유로이 이용한다.


세카이 호텔은 후세역 일대 10개 건물에 23개 객실을 운영하며 하루 최대 94명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객실은 침대 하나만 제공하는 도미토리부터 6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독채형까지 다양하다. 요금은 우리 돈으로 인당 10~20만원 수준이다. 호텔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숙박객이 크게 늘었다. 호텔이 문을 연 2018년 300명 수준이던 숙박객은 지난해 4200여명까지 늘었다.


호텔은 객실로 쓰는 건물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 건물의 소유주에게 임대해 쓴다. 사업 초기에 호텔은 건물주들로부터 객실로 쓸 점포를 넘겨받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호텔의 취지와 목적을 전달하고 건물주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큰 숙제였다. 하지만 이젠 협조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됐다. 일부 건물주는 임대료를 전혀 받지 않고 건물까지 직접 고쳐 객실로 쓰라고 내주기도 한다.



혜성처럼 나타나 '죽은 시장' 살려냈다…입소문 타고 수천명 북적이는 '日 세카이 호텔'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 후세지역에 만들어진 세카이 호텔. 사진은 세카이 호텔을 설명해주고 있는 호텔 매니저 키타카와 마리씨. 사진=김형민 기자

일본에선 세카이 호텔 사례를 심각해지는 빈집 문제를 해결할 혜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힘을 잃어가는 골목 상권들을 살릴 활로로 평가받는다. 세카이 호텔은 오사카 지역의 유명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이 인접한 니시쿠조 지역을 첫 도전지로 택해 성공신화를 쓴 뒤 후세 지역에서 두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세카이 호텔이 마을 호텔을 조성했던 니시쿠조 일대는 에어비앤비가 생기는 등 숙박업 붐이 일었고, 여행객의 유입으로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다. 후세 지역도 니시쿠조와 같은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카이 호텔이 조성된 후세 시장 골목에서 튀김 가게를 운영하는 우메 야마씨는 "호텔이 들어오기 전후를 비교한다면 확실히 손님이 늘었다"며 "세카이 호텔에 묵는 고객만 매일 평균 5∼10명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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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 호텔이 있는 후세 지역은 행정구역상 오사카 옆 히가시오사카시에 있다. 이곳은 1914년 후세역이 생긴 이래로 100년 가까이 크게 번성했던 상권이었다. 오사카와 인근 도시 나라를 잇는 교통 요지라 두 도시를 오가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핵심 지역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일대 전철 노선이 확충되고 오사카 도심 난바, 우메다 중심의 거대 상권이 형성돼 일대 유동 인구를 모두 빨아들이면서 후세역 상권은 급속히 쇠퇴했다. 전성기 700여개에 달하던 점포가 절반인 350여개 수준으로 줄어 전형적인 '샷타도리'가 됐다. 세카이 호텔은 후세 지역 이후에도 사회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들을 돌며 계속해서 마을형 호텔을 조성해 나가려 한다. 호텔 매니저 마리씨는 "사람들이 세카이 호텔이란 이름을 믿고 마을을 찾아 줄 정도로 입지를 다지고 그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호텔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오사카(일본)=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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