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협상 핵심 쟁점은
기술 자워 분야 논의 본격화 전망
펜타닐·틱톡도 협상 테이블 오를듯
미·중 간 무역전쟁이 사실상 '휴전'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와 희토류 및 전략 광물이 향후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대중 관세 부과 배경이 된 펜타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 틱톡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앞두고 경제적·정치적 압박이 커진 중국이 미국과의 원만한 무역 합의를 위해 대미 수입 확대나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의 방식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고위급 무역 협상 결과 상호관세율을 동일하게 115%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졌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25%의 관세를 10%로 인하했다.
양국은 무역 안정화를 위한 추가 협상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몇 주 내에 다시 만나 본격적인 합의를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미·중 협상이 양국 갈등을 봉합하고, 실질적인 관세율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향후에는 기술·자원 분야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분석가들은 향후 90일 동안 진행될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시급하게 다룰 사안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세, 반도체 무역, AI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희귀 광물이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4월2일 이후 미국을 겨냥해 시행한 비관세 보복 조치들을 일시 중단하거나 철회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일부 미국 기업을 제재 목록에 추가한 조치와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 발표 전인 12일 중국 상무부는 "핵심 광물 및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전략 광물 부문에서 수출 통제를 회피하려는 불법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광물을 협상 무기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의 최신 전투기와 핵잠수함 제조에 필수재인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독점 공급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자 미국이 희토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미국 기업들도 중국의 희토류와 자석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중국의 펜타닐 수출 차단과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문제, 틱톡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DGA-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그룹의 마이런 브릴리언트 수석 고문은 "향후 90일은 펜타닐과 제품 구매 이행 등 현실적인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서도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네오 왕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전략가도 "무역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중국은 펜타닐 관련 20% 관세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틱톡과 관련한 양보 문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하라는 명령 시한을 6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이 명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4년 4월에 서명한 국가안보법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협상에서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베선트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향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 약속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이후 안팎으로 정치적·경제적 부담을 느낀 중국이 미국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오 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앞두고 경제적,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양국 간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기에 9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보조금 문제, 원산지 세탁 등 다루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며 "이 같은 협상은 보통 1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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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90일의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무역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쿼리 증권의 래리 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이지만 근본적 해결책이라기보다는 '휴전'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여전히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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