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아닌 '사람' 중심도시 전환
"꽃을 보는 법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예쁘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 꽃이 이 자리에서 왜 피어야 했는지를 생각하게 돼요."
순천에코칼리지 시민교육 참가자 A 씨의 말이다.
전국 어디서나 생태도시를 표방하지만, 전남 순천만큼 '도시를 자연에 맞춘 곳'은 드물다. 순천은 개발을 미루고, 자연을 남기고, 불편을 감수한 도시다. 그 대가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 최초의 국가정원을 품었고, 순천만 습지는 람사르 등록습지이자 생태관광의 본보기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순천시는 생태를 중심에 두되, 그 생태가 시민의 삶 안으로 들어오도록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순천에코칼리지'다. 이 프로그램은 정원과 습지를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인간과 생태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배우는 생활형 생태 감수성 교육과정이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정식 교육과정으로 확장 예정인 에코칼리지는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생태에 대한 이해를 '삶의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천시 생태정책 담당 부서 관계자는 "정책이 아니라 감각을 바꾸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생태는 단지 숲과 정원, 습지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회복하느냐도 생태의 중요한 축이다.
순천시는 이를 위해 생태문화를 시민 삶에 가까이 두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시민 예술 활동과 접목한 생활정원 운영 프로그램 ▲골목 곳곳에 분산된 주민자치형 정원 기획 ▲순천문화재단을 통한 예술과 생태의 융합 프로젝트 운영 등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순천이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생태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국가정원이나 람사르 습지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도시는 '개발이 전부는 아니다'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 도시이며, 이제는 '보존 그 이후'를 고민하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구조를 설계하려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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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을 '남겨두는 용기', 어떤 개발을 '멈추는 결단', 그리고 그 결정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순천은 지금, 생태도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보여주는 정원'에서 '머무는 도시'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경환 기자 khlee276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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