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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경제권 갈등에 가출로 대응한 종부 광주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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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윤씨 살림 책임졌던 광주 이씨
시숙들과 경제권 싸움에 가출까지
종손 결정권 가지며 승자로 남아

[K우먼톡]경제권 갈등에 가출로 대응한 종부 광주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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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가의 종부라면, 명예는 있지만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힘든 직책이다. 이는 조선 시대 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먼 옛날 종부로서 집안의 사람들과 싸워 이긴 여장부가 있었으니 바로 해남 윤씨 8대 종부인 광주 이씨다. 광주 이씨의 시댁 해남 윤씨는 해남지역의 명가로, 이미 명종 때에 해남, 진도, 장흥, 강진에 그의 땅 아닌 데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엄청난 부자였다. 이후 윤선도, 윤두수 등 걸물들을 배출했다. 광주 이씨는 그런 해남 윤씨 8대 종손인 윤광호와 결혼했는데, 결혼한 지 50일 만에 남편이 1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늘그막의 광주 이씨는 "이제 남편 얼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고 할 만큼 짧디짧은 결혼 생활이 끝나고 남은 것은 종부의 무거운 책임뿐이었다. 남편이 죽고 시아버지 윤종경 역시 세상을 떠났다. 해남 윤씨의 종가에는 시어머니 양천 허씨와 어린 며느리 광주 이씨 단 두 사람만 남았다. 여러 시숙부는 종부들을 업신여겼고, 심지어 종가의 노비들마저 그러했다. 노비들은 시숙부들의 방에만 따듯하게 난방을 때주어서 시어머니는 추운 겨울에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이렇듯 무시를 당하면서도 종부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종부의 임무는 무엇인가? 흔히 제사 지내는 것을 생각하겠지만, 재산관리도 있었다.


해남 윤씨가 가진 재산은 정말 막대해서 전라남도는 물론 진도, 보길도, 맹골도를 비롯하여 여러 섬에서 매년 많은 소작료를 거뒀다. 곡식은 물론, 미역, 조개 등 해산물들을 거둬들이면 엄청난 이익이 되었지만, 이걸 하나하나 거두며 관리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그러니 종부란 제사만 지내는 게 아니라 기업의 CEO처럼 각 지역에 두루 흩어져 있는 집안 땅들과 그곳에서 거두는 곡식들과 특산물들을 모으고 양을 재고, 쓸 데 쓰고 나눠줄 때 나눠주는 등 살림과 운영을 골고루 해야 했다. 광주 이씨는 이 일이 "무척 힘들었다"라고 말했으니, 어린 새색시가 역전의 경영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엄청난 고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숙들과 노비들에게 무시당했고, 밥 해먹을 곡식은 물론이거니와 세간살이, 제기, 옷까지도 모두 훔쳐 가 고생했다.


하지만 광주 이씨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반격을 준비했다. 종부는 종손의 짝이자 집안의 여주인이니 다음 종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광주 이씨는 이제까지 자신과 시어머니를 구박해왔던 시숙부들의 자식이 아니라, 충청도 서천에 살고 있었던 남편의 11촌 동생인 윤주홍을 양자로 들였다. 당연히 시숙부들이 이런 결정을 반겼을 리 없고 온갖 트집을 잡았다.


결국 광주 이씨와 시숙들끼리의 대립은 점점 심해지다가 마침내 크게 충돌했는데, 바로 경제권이었다. 시숙들이 광주 이씨에게 종가의 재산에서 거두는 수확량 회계장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말이 좋아 회계장부이지, 사실 재산 관리를 내놓으라 한 것이었고 광주 이씨는 여기에 양자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출한다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자신의 고단한 일생과 시숙부들의 만행과, 나는 여기에서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을 언문 편지로 적어 보낸 것이다.


하지만 종부의 결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며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고 참아왔다. 그러면서 광주 이씨는 자신에게 경제권을 줄 것, 그리고 양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숙들에게 양자를 잘 키워달라는 회유책도 내밀었다. 이 편지의 답장은 남아있지 않지만, 해남 윤씨의 족보는 이 싸움의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광주 이씨의 양자는 해남 윤씨의 9대 종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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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역사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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