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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걷는 이유…"농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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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걷고, 창업 청년 만나고…농업 미래 그리는 발걸음
스마트팜·푸드테크·전통주까지…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언

"농촌을 이해하려면 차창 너머로 봐선 안 돼요. 발로 걸어야 보여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국 각지를 누비며 '현장형 장관'으로 불린다. 회의가 끝나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하고, 현장 방문 때는 가급적 차량 대신 도보를 고집한다. 책상 위가 아닌, 흙길 위에서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의 걷는 행보는 단지 건강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농업의 변화와 구조 전환을 위한 사명감에 가깝다. 괴산의 초록 들녘을 배경으로 걷던 그날의 발걸음은 가볍고, 또 단단했다.


8일 충북 괴산군 '뭐하농하우스'를 출발한 송 장관의 발걸음은 들길을 따라 천천히 이어졌다. 이름부터 재치 있는 이 체험형 마을은 도시민과 농촌이 만나는 접점이자, 귀촌 청년들의 새로운 실험 공간이다. 입구부터 보이는 목재 간판과 허브 정원, 텃밭 체험장이 이 마을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삶을 꾸리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길을 걷다 보니 작게 꾸며진 바질 하우스와 로즈마리 온실이 눈에 들어왔다. 송 장관은 허브잎을 손끝으로 살짝 만져 향을 맡고는 "이런 게 앞으로 지역 농업의 콘텐츠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을에서는 바질 페스토, 허브티, 사과잼 같은 상품이 소량 생산돼 체험객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만보정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걷는 이유…"농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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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은 충북에서도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곳곳에 전정 작업을 준비하는 농기계와 자재들이 놓여 있었다. 송 장관은 기자에게 "기계화가 더뎠던 과수 분야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전통 과수도 이제는 스마트팜처럼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 장관이 걸은 코스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정책 메시지는 무거웠다. 단순한 걷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는 도보 이동을 통해 관계를 맺고, 시선을 낮춰 현장을 바라보며, 정책의 답을 사람들 속에서 찾고 있었다.


"농업은 기후변화와 고령화라는 이중고 속에 있습니다.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이젠 구조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송 장관은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농산물 수급불안과 가격 급등락을 언급하며, 이를 단순히 비축 확대나 긴급수입 같은 응급처방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작년 말 정부가 수립한 '기후변화 대응 원예농산물 종합대책'을 소개했다.


대책의 핵심은 생산 기반 재설계, 기술 투자, 유통 구조 혁신 3가지 축이다. 그는 "기존 평지 중심에서 벗어나 고랭지, 심지어 해외 재배지까지도 고려하는 '재배 그릇'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름 배추나 과수류처럼 수급 불안정성이 큰 품목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생육 조절과 장기 저장(MA·CA)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내서성(耐暑性) 품종 등 기후적응형 R&D도 강화하고 있다. 유통 측면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중간 유통단계를 줄이고 가격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실제로 작년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은 목표치인 5000억원을 넘어 670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올해는 1조 원 달성도 무난할 것 같다"며 "이런 변화들이 쌓이면 3~5년 뒤에는 지금의 불안정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송 장관은 농촌 소멸 대응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겠다는 접근이 아닌, 청년이 농촌에서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현재 커피 로스팅, 공유오피스, 숙박을 결합한 청년 창업 거점 등을 확산하고 있으며,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만보정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걷는 이유…"농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그는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제도 개선도 빼놓지 않았다. 영농정착지원금, 임대형 스마트팜, 후계농 자금, 농수산대 연계 등 단계별 진입 트랙을 갖추고 있으며, 스마트팜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연간 200여명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송 장관은 "엄격한 가치관으로 무장한 생태주의자만 오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은 SNS로 빵을 팔고, 카페를 열고, 전통장을 납품하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청년들이 농촌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정착할 수 있게 주거·자금·판로를 촘촘하게 연결해줘야 농촌에 미래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나의 농업 해법으로 집단화와 기계화를 언급했다. 대표적 사례가 경북 문경의 '늘봄 영농조합'. 80여 농가가 땅을 모아 110ha 규모의 집단 농지를 만들고, 기계화와 다모작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송 장관은 "꼭 대기업이 농업에 들어와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 농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집단화 모델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쌀 산업 개편과 관련해선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양에서 질로, 그리고 소비처 다변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통주 산업과 쌀 가공식품 육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사과잼과 허브차 한 잔을 나누며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송 장관은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진짜 농업의 미래죠. 맛있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만보정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걷는 이유…"농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다음은 송 장관과의 일문일답


-평소 걷기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걷기를 실천하는 이유는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는 어려운 삶이다. 대신 일정 속에서 최대한 몸을 움직이려 한다.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거나, 현장 일정에서는 차량 이동보다 도보를 택해 지역을 직접 보고 듣는다. 사실 정책은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시골길 하나 걷다 마주치는 농부의 한 마디, 방치된 창고 하나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더 정책적일 수 있다. 그래서 발로 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농산물 수급불안과 물가안정이라는 과제 속에서 실현되지 못한 정책이나 아쉬운 점 없었나

▲농산물 수급은 기후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에 단기 대응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민관 생육관리협의체를 운영해 사전 정보공유와 대응체계를 만들었고, 방상팬이나 미세살수 같은 시설을 보급하며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정밀 예측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농림위성을 준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해외 재배지 개발인데, 국내 적지 확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구상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수급 불안정에 대한 정책적 통제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청년농 육성은 왜 중요한가

▲지금 농촌은 65세 이상 농가가 절반을 넘는다. 평균 경영주 연령이 68세 가까이 된다. 젊은 피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단순히 청년을 오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영농정착지원금은 초기 3년간 월급처럼 지급되는데, 그 돈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자기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돕는 구조다. 그래서 스마트팜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20개월간 교육한 뒤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이후 자금·농지·판로까지 연계해주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만든 것이다. 농촌은 고된 곳이라는 인식이 바뀌려면, 농업도 창업이고 비즈니스라는 프레임으로 전환돼야 한다.


-전통주 산업 개선, 필요하다고 보나. 방안은

▲쌀 소비처를 다변화해야 하는데, 전통주가 그 방법 중 하나다. 일본은 전통주(사케)에 연간 30만t의 쌀을 쓴다. 우리는 아직 1만t 수준도 안 된다. 하지만 잠재력은 크다. 주세 완화, 소규모 양조장 활성화, 특산주 원료 조달 규제 완화 등 제도는 갖춰가고 있다. 문화 산업이자 수출 콘텐츠로 전통주를 키운다면, 쌀도 살고 지역도 살아날 수 있다.


-최근 주목한 농촌 현장 사례가 있다면

▲문경 영순면의 늘봄 영농조합을 예로 들고 싶다. 대표 한 분이 80여 농가의 소규모 농지를 모아 110ha로 통합했고, 그 위에 양파, 감자, 다양한 작물을 이모작·삼모작 형태로 재배했다. 사람 손이 아니라 기계가 중심이 되니 노동비도 줄고 생산성은 뛰어났다. 농지를 빌려준 원주민은 임대료, 직불금, 일당까지 받으며 오히려 과거보다 나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런 방식이 확대된다면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농촌이 기업처럼 움직일 수 있다.


-기업농 도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

▲단어 하나에도 오해가 많다. '기업농'이라고 하면 대기업이 들어와 농지를 사들이는 걸 떠올리는데, 나는 '법인화된 지역 공동체 농업'을 말한다. 늘봄 영농조합처럼 지역농가가 중심이 되고, 기계화·전문화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우리가 대기업 자본에 맡기지 않고도 충분히 대규모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이걸 장려하고 확산시키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음 정부에서도 유지되길 바라는 농업 기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 정책이 리셋돼선 안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 가지 법을 만들었다. 스마트농업법, 그린바이오법, 푸드테크 육성법. 이건 단순 법령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미래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씨를 뿌리는 시기다. 성과는 몇 년 후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중단하면 밭이 다시 메마르게 된다. 구조 전환의 방향은 계속 이어가야 우리 농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


대담=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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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강나훔 기자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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