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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불안, 국민 정신건강에 악영향…절반은 '장기울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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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우리사회 전반적 정신건강 '좋지 않음' 48% vs '좋음' 11%
국내외 불확실성 고조 속 정신건강 위기 예방 노력 필요"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정치·사회·경제의 급격한 변동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정신건강 문제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2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건강에 영향이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했지만, 병·의원을 찾은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치사회 불안, 국민 정신건강에 악영향…절반은 '장기울분' 상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었던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 부근 서울 안국동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과 단체 회원들이 찬성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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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BK21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은 지난달 15~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7일 밝혔다.


우선 정치·사회·경제의 급격한 변동이나 대형 재난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택한 응답자가 91.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정신질환이나 정신병적 장애 발생은 개인의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란 의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51.3%)이 '그렇다'고 답했고, '만약 내가 정신적으로 아프다면 편견이나 낙인 등이 걱정되고 두려워 아프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전문적 도움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진술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6.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이 어떤지'를 물은 설문에서는 5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2.59점으로 '보통 수준(3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좋지 않음'을 선택한 응답자가 48.1%, '보통'은 40.5%, '좋음'은 11.4%였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또는 '좋지 않은 편이다'라고 응답한 722명에게 '우리 사회의 어떤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를 다시 물은 결과,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49.9%(복수 응답), '타인이나 집단의 시선과 판단이 기준과 규범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42.4% 등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높은 수준의 울분(울분 측정 점수 2.5점 이상)을 느끼는 국민은 2018년 14.7%, 2020년 11.9%, 2021년 13.9%, 2024년 9.3%에 이어 올해는 12.8%로 다시 높아졌다. 또 '장기적인 울분 상태(1.6점 이상)'는 2018년 54.6%, 2020년 47.3%, 2021년 58.2%, 2024년 49.2%, 2025년 54.9%로, 역시 작년 조사 결과보다 올해 좀 더 높아졌다.

정치사회 불안, 국민 정신건강에 악영향…절반은 '장기울분' 상태
정치사회 불안, 국민 정신건강에 악영향…절반은 '장기울분' 상태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신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47.1%, '아니오'는 52.9%였다. '그렇다'는 응답자(706명)들이 꼽은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는 ▲개인·가족 수준에선 건강 변화(42.5%)와 경제 수준 변화(39.5%), 이별·상실(20.7%) 순이었으며 ▲학교·직장 등 사회 수준에서는 관계 변화(30.2%), 고용 상태(23.7%), 과업 과부하(21.4%) 등이, ▲정치사회 등 환경 수준에서는 국가통치권의 부정부패, 권력 오남용 등 정치환경 변화(36.3%), 국가 시스템 운영이나 질서 유지에 균열 ·파행 등 사회 질서(33%), 대형 안전사고, 중대 산업장 재해, 사회적 참사 등과 같은 사회적 재난(23.1%)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1년 동안 기존에 하던 역할이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정신 건강에 큰 위기가 온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27.3%(409명)의 경우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51.3%,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다'는 경우는 20.5%,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경우는 13.0%였다.


하지만 이들 중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경우는 39.4%에 그쳤고, 60.6%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우려와 두려움(낙인, 타인의 시선 등)'이 41.9%(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가 22.6%, '경제적 문제(비용, 보험 등)'가 19.4%로 뒤를 이었다.


정신건강 관련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3.1%(196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69.4%는 의료기관 방문 전까지 방문을 고민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주변의 부정적 시선과 치료기록으로 인한 불이익이 걱정돼서(25.7%)', '아직 증상이 심각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 같아서(16.9%), '스스로 극복해야지 병원 치료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와 '치료비용이 걱정돼서(각 13.2%)'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집단의 감정과 정서 상태는 정신건강의 중요한 전제이자 요건"이라며 "기후 위기나 경제 불안정 등 거시 환경의 변화 역시 개인과 집단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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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연구를 진행한 이윤경 박사는 "응답자의 약 47%가 지난 1년간 건강에 영향이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27%는 기존에 하던 역할이나 책임을 감당 못 할 만큼 정신건강에 큰 위기를 겪었지만 실제 병·의원 이용률이 전체의 13%에 불과했다"며 "이들 중 69%가 의료기관 방문을 망설였다는 점은 앞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함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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