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T 등 달러기반, 이미 한국서 거래
"달러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 외환관리법 차원서 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규제 우회 가능성이 큰 통화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USDT 등 달러를 근거 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우리나라에서 거래소를 통해 이미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자본규제, 외환시장 규제를 바이패스(우회)할 가능성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재부 국제금융국과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한은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원화나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화폐 대체재가 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달러화 표시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은 외환관리법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원화 표시 로컬 스테이블 코인 문제는 우선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한은이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원화 표시를 한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화폐 대체재를 허용하는 것이고, 비은행금융기관의 발행을 허용하는 건 비은행금융기관의 내로우뱅킹(대출 없이 지급기능만 수행하는 일종의 제한된 은행 역할)을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은이 진행 중인 디지털화폐 실험 '프로젝트 한강'에서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 역시 한은이 만든 블록체인 안에서 은행이 원화를 근거로 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총재는 "현재 테스트하는 건 첫 단계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 것"이라며 "이 결과를 보고 은행들이 한은이 만든 블록체인 밖에서 만든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할 건지, 비은행 기관도 발행을 허용할 건지 등을 단계적으로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차 테스트 단계인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 일각에서 "쓸 곳이 없다, 거래량도 별로 없다, 결제창을 여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등의 비판을 하는 데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당연히 거래량으로 보면 적을 수밖에 없다. 모든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 가게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이걸 어떻게 도입할지 모르는데 은행들에 무조건 계좌 많이 열어주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일럿이라 전산을 분리해 별도 전산시스템에 한정해 열다 보니 결제창을 열려면 시간 많이 걸린다"며 "나중에 보편화되면 은행 계좌가 있는 사람이면 예금토큰도 열어달라고 한 번만 누르면 할 수 있게끔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실험해 보고 싶은 것, 바우처를 쓸 수 있냐,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냐, 신용카드를 대용해서 QR코드를 통해 거래할 수 있냐를 테스트해 보고 싶은 것이지 하루에 몇 명 거래가 있는지 보고 싶은 게 아니다. 10만명 대상으로 양이 작더라도 실제로 작동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 소규모라도 놓고 보고 나중에 아예 도움이 된다면 스케일 업(규모 확대)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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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은행 실무자 입장에서도 거래량이 아주 많지 않은데 왜 이렇게 강요하는 거냐는 얘기가 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이걸 통해 비즈니스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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