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서비스 간주…집계서 빠져
금감원 "개정 신중해야" 일축
카드사들의 자동차 신용카드 할부 이용액이 지난해 5조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자동차 할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아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할부 서비스 이용액 중 자동차 할부 이용액은 지난해 5조4485억원에 달했다. 전년(3조5041억원) 대비 55.5% 증가했다.
특히 현대카드의 지난해 자동차 할부 이용액은 1조8568억원으로 2년 연속 1위였다. 전년(1조5879억원) 대비 16.9% 증가했다. 삼성카드, 롯데카드도 자동차 카드 할부 취급액을 2~3배 늘리면서 현대카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카드는 2023년 5035억원에서 지난해 1조5450억원으로 취급액을 3배가량 확대했다.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 6607억원에서 1조2060억원으로 2배 늘렸다.
카드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자동차 할부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인 신용판매와 가맹점 수수료 확보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결제금액 이월) 등은 고객 신용도 악화로 연체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부담스럽다.
조달금리가 낮아진 것도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 영업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진정되며 조달금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잔존 만기 3년물 평균 시장금리는 3.177%로 2022년(5.536%)의 절반 수준이었다. 2023년(3.821%)보다도 64.4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카드사로서는 여전채 금리가 떨어지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영업 활동이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카드사 자동차 할부가 DSR 규제에서 빠져 있어 가계부채로 잡히지 않는 점은 문제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가 '할부금융' 계정으로 취급한 내역은 DSR에 포함되지만 대출 기간이 최장 60개월로 사실상 장기 대출인 카드사 자동차 장기할부는 '부가서비스'로 분류돼 DSR에 잡히지 않는다. 대출 행위가 아니라 물품 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행위로 보고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이에 더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카드사 자동차 할부금융과 달리 캐피털사 관련 상품은 DSR 규제 대상에 포함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의 5조원 대출이 금융당국 집계에서 빠지면서 가계대출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할부금융 계정이 아닌 일반카드 할부 계정으로 처리하는 자동차 할부 실적도 DSR 수치로 집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카드사 자동차 할부를 DSR 가계대출로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데다 자칫하면 자동차 소비(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급하게 정책 개선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 뜨는 뉴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개정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내수 침체에 따른 정부 경제 정책 기조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자동차 할부 DSR 포함 문제는 관계 기관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