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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테크]숫자만 있는 재정비사업은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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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가깝고 아늑한 곳입니다. 집에 묶여 살면서 집을 사고 파는데 필요한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는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필요한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3주에 한번씩 [집테크]를 싣습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은 경제의 저성장과 자산시장 침체가 맞물려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공급 부족, 이에 따른 지역 간 격차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수요보다는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재정비사업에 대해 규제적 입장을 취했던 현재 야당 대선 후보조차 "서울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재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도심 재정비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노후 주택 재정비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이 가능하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신도시 개발에 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공급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인건비 상승, 중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강화된 건설 규정 등으로 인해 단순한 제도 완화만으로는 사업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던 2018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5년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전국적으로 2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도 완화 이후인 2023년 상반기에는 111개 단지가 통과하며 수치상 큰 증가세를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재정비 사업이 급진전되는 것처럼 보이나, 안전진단 이후 실제 착공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집테크]숫자만 있는 재정비사업은 답이 아니다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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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도가 완화돼도 실제 분양까지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원자재·인건비 상승, 이자 부담, 강화된 규제 등으로 총 사업비가 증가하면서 조합원의 부담도 커졌고, 이로 인해 분양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기대감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실거주와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려워졌다.


재건축 사업은 노후된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더 많은 세대의 아파트를 신축해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일반분양 수익이 많을수록 조합원 부담은 줄고 사업성은 높아진다. 사업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낮은 기존 건폐율 및 용적률과 우수한 입지 조건이 필수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낮으면 추가적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입지가 우수하다는 것은 비교적 높은 분양가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조건을 갖춘 단지가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등 일부 고가 지역으로만 한정된다.


서울에서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3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가 63개소인데, 재건축으로 인한 이익은 강남구의 5분의 1 수준이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재정비가 더 시급한데, 사업성은 오히려 낮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재의 재건축 제도는 입지가 뛰어나고 용적률이 낮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과도한 기부채납 등 규제까지 겹치며, 다수 사업장에서 조합원 동의를 얻지 못하고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으나, 공사비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양당 대선 후보 모두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도심에 대규모 공급을 하겠다는 양적 공약이나 절차적 간소화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기부채납 축소 등 과감한 규제 개선과 함께, 주택 외 용도와 결합한 복합개발 등 새로운 방식의 사업성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오늘날 주택 수요자는 단순히 '식구들과 밥을 먹고 잠자는 공간'으로 집을 선택하지 않는다. 세대가 변하고, 가구 구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진 만큼 주택에 대한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세상이 변한 만큼, 정책도 변해야 한다. 숫자만 앞세운 재정비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숫자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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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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