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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AI 판결이 인간보다 더 공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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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 선스타인 '결정력 수업'
하버드대 법학자이자
'넛지' 저자 캐스 선스타인
"중요한 모든 측면서 알고리즘이 나은 판단"
인간은 선입견 영향 벗어나기 쉽지 않고
각자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한국 사회에서 사법부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의 재판 과정이 공개될 때마다 여러 논란이 불거진다. 이념적 편향 탓에 합리적인 판결조차 왜곡되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판결 자체가 정치적이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내려졌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에 '차라리 기계가 판결하는 것이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말로 기계가 인간보다 더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책 어때]AI 판결이 인간보다 더 공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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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법학자이자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이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다. 그는 "중요한 모든 측면에서 알고리즘이 진짜 판사보다 더욱 나은 판단을 한다"고 주장한다. 코넬대 컴퓨터과학자 존 클라인버그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알고리즘의 판결 정확도는 인간 판사를 능가했다. 인간 판사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때에도 알고리즘은 입력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오차 없이 판결을 내렸다. 알고리즘은 위험성이 높은 상위 1% 피고인을 구속했지만, 인간 판사는 그중 45.8%를 석방했다. 이후 이들 중 62.7%가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범죄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인간 판사가 오히려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물론 기계적 판결이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정상참작이 필요한 상황도 있고, 단일 사건을 넘어서는 넓은 시야가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도 인간이 알고리즘보다 낫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실제로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회삿돈 몇백 원을 쓴 버스 기사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수십억 원을 횡령한 이는 정상참작으로 처벌을 피한 사례가 있다. 몇백 원짜리 커피 때문에 직업을 잃게 한 인간 판사의 판결은 "몹시 비정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입견이 개입된 판결 측면에서도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 판사는 피고인의 머그샷(체포 당시 얼굴 사진)이 깔끔할수록 석방 확률이 높았다. 실체적 진실보다는 외모나 이미지가 판결에 더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이러한 머그샷 편향은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객관적 사실이 인간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상승하며 기후 위기의 마지노선이 처음으로 넘겨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기후 위기 인식이 강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총 302명을 대상으로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 변화를 살펴봤지만, 양측 모두 기존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기존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실제 감정과 예상되는 감정이 우리를 옳거나 그른 방향으로 이끈다. 당신이 무언가를 믿는 이유는 일부 당신이 그것을 믿고 싶어서일 수 있다. … 사람들이 믿음을 바꾸면 어떤 의미에서 고통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주장, 사실을 왜곡하는 그럴듯한 가짜뉴스, 특정 집단이 산불을 의도적으로 일으켰다는 음모론 등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이를 통해 대중의 시간과 노력, 자원을 빼앗는다. 대중은 진실을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유보하거나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기 쉽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차적 결정'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핵심 개념이다.


이차적 결정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상식적인 기준을 정하고,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다.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번에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세분화해 판단하면, 설령 실수하더라도 쉽게 회복할 수 있다. 결정이 부담스러울 땐,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나 기관에 판단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직관에 의존한 '휴리스틱'이 효과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분석보다 직감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만큼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확증 편향 같은 오류 유발 요인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 책 어때]AI 판결이 인간보다 더 공정했다...

저자는 조종당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조종은 유혹에서 시작되는 반면 강제는 위협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유혹과 위협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선택과 결정을 이어나가는 과정과도 같다. 이 책을 선택하는 결정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내용이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읽으면 갈등이 극대화하는 현시대 속에서 인생의 안전장치를 발견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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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력 수업 | 캐스 선스타인 지음 | 신솔잎 옮김 | 윌북 | 320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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