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m급 등정 경험자만 등반 허용
교통체증에 5~15명씩 하산 중 사망
지구온난화로 실종 시신 '데스존' 발생
네팔 정부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대해 비전문 등반 관광객들의 입산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등반객이 몰려 산길 병목현상이 심해져 부상자들을 옮기는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규제에 나선 것이다. 1921년 등반이 본격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00여명 이상이 사망, 실종된 에베레스트에선 최근 지구온난화로 만년설에 파묻혔던 시신들이 드러나면서 시신 운구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정부 "7000m급 1회 이상 등정해야 에베레스트 입산 허용"
CNN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지난달 29일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히말라야 산맥 내 7000m 이상 고봉 등정에 1회 이상 성공한 전문 등반가들에게만 허용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와함께 등반시 동반하는 현지 가이드는 반드시 네팔 국적자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에베레스트를 방문하는 비전문 등반 관광객들의 입산은 전면 통제돼 관광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등반 관광은 네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셰르파, 가이드 등에 2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다. 또한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방문 허가 수수료 수입으로만 한해 500만달러(약 7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의 과밀도를 낮추고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등반 전문가만 입산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지난해 8명, 2023년에는 17명 등 매해 5~20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에베레스트가 히말라야 고봉들 중에서는 등산이 쉽다고 알려져 비전문 등반객들이 몰려들면서 오히려 인명피해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교통체증 극심해진 에베레스트…부상자 운송 도중 사망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등반객의 사망률은 1921년 이후 평균 약 5.4% 정도로 24%인 K2에 비해 낮다. 하지만 누적 사망자 숫자는 에베레스트가 340여명, K2는 90여명으로 에베레스트가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베레스트는 다른 8000m급 고봉들에 비해 등반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누적 사망자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등반객들이 몰리면서 에베레스트의 주요 산길에서는 병목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상자들이 하산 도중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체 사망자 중 약 30% 이상이 산소농도가 낮은 8000m 이상 구간에서 병목현상으로 장시간 대기하다가 탈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베레스트 등산객들이 가장 몰리는 4월~5월에는 등반객부터 셰르파, 가이드까지 한번에 800여명 동시 등반하면서 좁은 산길에서 정체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2019년 5월에는 하산 순서를 기다리던 등반객들이 저산소증이 심화해 한꺼번에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에 드러난 실종자 시신 '데스존'…매년 30t씩 수거
지구온난화로 에베레스트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과거 실종됐던 등산객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데스존(Death Zone)'도 크게 늘고 있다. 실종자 시신이 밀집한 지역이 해발 8000m가 넘는 고산지대라 네팔 당국은 시신 운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BC에 따르면 에베레스트에 실종 상태로 방치된 시신은 200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온난화로 만년설에 파묻혔던 시신들이 등산로 일대에 드러나면서 전염병 확산 등 우려에 따라 네팔 정부가 시신 운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신을 마을까지 운송해 처리하는데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년설에 파묻혔던 시신들은 얼음 무게가 더해져 평균 170kg 이상으로 마을까지 운구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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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신들은 산소가 희박한 해발 8000m 이상 지역에 밀집해있으며, 시신이 밀집한 지역은 데스존으로 불리고 있다. 네팔 정부는 시신 운구와 함께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폐기물 처리를 위해 셰르파를 동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0톤(t)이 넘는 쓰레기를 에베레스트 정상 일대에서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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