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입대해 이듬해 4월 사망
모친은 CIA 디지털 혁신 부국장
팔레스타인 관련 영상 보고 반미 감정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이 러시아군에 자원입대해 우크라이나와 싸우다 전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러시아 독립언론 아이스토리스(iStories)가 온라인에 유출된 러시아군 모병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4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사한 미국 출신의 러시아군 계약병 마이클 알렉산더 글로스(사망 당시 21세)의 모친이 줄리앤 갈리나 CIA 부국장이라는 것이다. 갈리나 부국장은 지난해 2월 CIA 디지털 혁신 부국장으로 임명됐으며, 그의 남편인 래리 글로스도 미 해군 출신이자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있는 인물로 현재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클은 2023년 9월 러시아군에 스스로 입대한 뒤 네팔 출신의 다른 병사들과 함께 3개월간 훈련을 받고 같은 해 12월 최전방 돌격부대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됐다. 그는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VK)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다극화한 세계의 지지자'라고 소개하면서 "난 집에서 달아났고, 세계를 여행했다. 난 파시즘을 혐오하며 조국을 사랑한다"고 썼다. 그의 브콘탁테 계정에는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마이클의 입대 당시 러시아가 그의 신원 조회를 했는지, 그의 어머니의 신원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클은 대학 시절 양성평등과 환경운동에 앞장서다 자퇴 후 세계 여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좌익 성향 환경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에 가입하기도 했던 그는 2023년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하다가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클의 지인은 아이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이 팔레스타인 관련 영상을 보고 미국에 분노해 러시아행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그는 미국과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음모론 영상들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결국 작년 4월 4일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 지역에서 포격을 당한 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아들이 러시아에 입국했다는 것은 알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은 몰랐던 그의 부모는 아들 사망 두 달 뒤인 같은 해 6월 미 국무부를 통해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의 아버지 래리는 "아들이 평생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17세부터 국가안보 전문가인 부모들이 '공유하는 가치'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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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의 부모는 작년 12월 아들의 장례식을 치렀지만, 부고에는 아들이 '동유럽'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고만 밝혔을 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나 사망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IA는 25일 성명을 통해 "CIA는 마이클의 사망을 국가안보 문제가 아닌 가족의 개인사로 간주한다"며 "CIA 가족 전원은 마이클 가족이 겪은 상실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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