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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먹어서"…살인범을 종신형→7년8개월로 감형 시킨 과자[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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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1930년부터 생산 중인 빵 트윙키
살인범 댄 화이트 우울증 증거물로
법조계 유행어 '트윙키 변호' 낳아

미국에는 '트윙키 변호(Twinkie defense)'라는 용어가 있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호를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트윙키는 1930년부터 현재까지 생산 중인 미국의 노란 케이크 과자로, 197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한 살인사건의 핵심 증거로 쓰이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트윙키 너무 많이 먹어서"…종신형이 7년8개월로 감형

"너무 많이 먹어서"…살인범을 종신형→7년8개월로 감형 시킨 과자[맛있는 이야기] 1930년부터 지금까지 제조 중인 미국 트윙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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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11월27일, 샌프란시스코 시장이었던 조지 모스콘과 선거 위원 하비 밀크는 시의원 출신인 댄 화이트에게 암살당했다. 한순간에 두 명의 정치인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경찰에 체포된 화이트는 얼마 뒤 재판에 넘겨졌고, 당시 법조계는 화이트가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에 내려지는 최대 형량(사형·종신형·무기징역 등)인 1급 살인 평결을 받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재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화이트의 변호사는 피고가 범행 직전 "트윙키 등 너무 많은 정크 푸드, 탄산음료"를 섭취했다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변호사가 증인으로 요청한 정신과 의사들도 이런 점으로 미뤄 화이트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시인했으며, 마침내 배심원단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화이트는 1급 살인보다 훨씬 낮은 고의적 과실치사 평결을 받았고, 7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화이트의 형량을 축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트윙키 과자 이름을 따 '트윙키 변호'라는 유행어가 탄생했다. 지금도 납득할 수 없는 변론, 판결을 두고 미국 언론에선 간혹 트윙키 변호라는 말이 쓰이곤 한다.

정크 푸드의 상징…논란 중심에 서다

"너무 많이 먹어서"…살인범을 종신형→7년8개월로 감형 시킨 과자[맛있는 이야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출신으로, 정치인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오른 댄 화이트. 유명한 평결(Famous trial) 아카이브

트윙키는 미국의 과자 제조업체 호스티스 브랜드가 1930년부터 생산 중인 '국민 과자' 중 하나다. 노란 스펀지케이크 안에 끈적한 설탕 크림을 가득 채운 빵으로, 겉면에도 진득한 기름이 코팅돼 있다. 입 안의 침이 바싹 마를 만큼 뻑뻑하고 두툼한 빵, 혀를 마비시킬 듯한 강렬한 달콤함을 앞세운 전형적인 정크 푸드다.


물론 미국 배심원단이 트윙키로 인한 정신 이상 발현 주장을 정말로 인정한 건 아니다. 사실 화이트는 평소 가공식품을 절대 입에 담지 않는 건강한 식습관에 집착하던 인물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범행 전에는 설탕이 가득 든 트윙키와 청량음료만 섭취했다고 한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갑작스러운 생활 패턴 변화가 우울증 등 정신 이상 증세의 증거일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살인범을 종신형→7년8개월로 감형 시킨 과자[맛있는 이야기] 댄 화이트 평결 이후 샌 프란시스코에서는 정의를 요구하는 폭동, 시위 등이 빈번히 벌어졌다. 사진은 1978년 성소수자 퍼레이드 중 재판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자 모습. 게티 이미지

그러나 이같은 치열한 법정 공방 과정은 뉴스만으로 평결을 접한 미국 시민들에게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고, 결국 트윙키는 살인범의 형량을 낮추는 데 일조한 과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화이트 사건 재판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에선 이른바 '화이트의 밤 폭동'이 산발적으로 벌어졌는데, 재판 결과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일으킨 폭력 사태였다.


화이트의 밤 폭동은 미국 내 성소수자 사회 운동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화이트에게 살해당한 하비 밀크는 미국 최초의 성소수자 선거 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의 성소수자 시민들이 격분하며 결집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뀐 미국인 입맛에 파산 위기…인터넷 화제 오르며 극적 부활

트윙키 변호 사건 이후, 트윙키 판매량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실 1970년대 이후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설탕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커졌고, 설탕 녹인 크림의 끈적한 식감을 특징으로 삼는 트윙키도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인 호스티스 브랜드는 침체일로를 걷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1988년 딸기 맛 트윙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수년 만에 단종시켰다.


"너무 많이 먹어서"…살인범을 종신형→7년8개월로 감형 시킨 과자[맛있는 이야기] 2012년 트윙키 단종 결정 이후 경매에 올라온 트윙키 재고. 한 번에 5000달러(약 710만원)까지 뛰었다. 경매사이트 이베이(2012) 캡처

2000년대 들어 트윙키는 '한물간 옛날 과자'로 전락했고, 결국 호스티스 브랜드는 2012년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직전 해인 2011년 기준 트윙키 판매액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호스티스는 "고객들은 이제 더 건강한 음식으로 넘어갔다"며 "트윙키 등 상징적인 브랜드를 매각하고, 사업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윙키 단종 소식으로 미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트윙크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 아직 남아있는 트윙키 박스가 온라인 경매에 올라와 수천달러에 낙찰되기까지 했다. 이 소동 덕분에 트윙키는 다시금 젊은 세대에 명성을 얻었고, 새로운 투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다. 트윙키는 파산 신청을 낸 지 2년 만인 2013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라는 사모펀드에 인수되며 극적인 부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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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산 중인 트윙키는 과거의 것과 살짝 다르다. 과거부터 지적받았던 설탕과 지방 함량을 다소 줄였으며, 개당 중량도 기존 42.5g에서 38.5g으로 축소해 총열량은 10% 감소했다. 물론 여전히 달고 기름진 정크 푸드에 속하는 과자이지만, 현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는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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