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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각장애인이 먼저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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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듣는 소설'
출판계 새로운 이정표로

[기자수첩]시각장애인이 먼저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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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이 김금희 작가의 책 '첫 여름, 완주'를 시중 도서가 출간되기 전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으로 먼저 선보였다. 비장애인용 도서보다 늦게 시각장애인용 도서를 공급하는 통상 프로세스와 달리, 종이책이 서점에 풀리기 전에 오디오북이 먼저 제작돼 장애인들에게 우선 공급된 것이다. 기존의 시장 유통 순서를 거스른 의미 있는 시도였다. 현재 이 오디오북은 국립장애인도서관 등 장애인 복지시설에 우선 제공되고 있다.


수년 전 기획 기사 작성을 위해 찾았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들은, 시중 도서가 점자도서나 오디오북으로 전환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비장애인과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해, 늘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당시 만난 한혜경 씨는 "시각 장애가 있다 보니 드라마나 영상물은 자주 놓치게 되지만, 책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읽고 작가가 묘사한 장면을 똑같이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용 점자나 오디오북 도서는 일반 도서보다 3~4개월 늦게야 접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으로 점자도서는 종이책이 출간 뒤 추가 작업에 몇 개월이 시간이 필요하다. 오디오북 역시 단순 텍스트음성변환(TTS)이 아닌 목소리 녹음의 경우 비용과 시간 문제로 종이책보다 늦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도는 더욱 의미 깊다. 늘 기다리며 인내해야 했던 장애인들에게 이번엔 문화 향유의 우선권이 주어진 것이다. "그 책 어때?"라는 비장애인 친구의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박정민이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가 있다. 출판사를 세운 이듬해인 2020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 바람에 첫 책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박정민은 "아버지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 오디오북은 종이책 출간 후 성우가 낭독하는 방식이지만, 듣는 소설은 처음부터 오디오북 형식으로 제작된 원고였다.


오디오북에는 영화계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최양락, 김의성, 배성우, 류현경, 임성재, 김준한 등이 목소리 연기를 통해 작품의 몰입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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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당 책의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 김금희 작가와 박정민 대표의 대담이 진행됐고, 구름과 윤마치의 공연도 함께했다.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먼저 책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에 기쁨을 드러내며 "고맙다"는 반응을 전했다. 아버지를 위해 피운 모닥불이 이젠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장면. 이런 시도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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