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메이저 한화 클래식 취소 발표
금융위기 상황 골프 관련 투자 대폭 축소
선수도 후원 중단 기존 멤버 재계약 불발
교촌, SK텔레콤·SK쉴더스도 대회 포기
한화그룹의 골프 대회 철수 후폭풍이 거세다. 단순한 대회 취소를 넘어, 골프단 해체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한화 클래식' 대회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최고의 메이저 대회라 자부했지만, 결국 스스로 막을 내린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일반 대회가 아닌 메이저 대회를 이렇게 쉽게 포기한 데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1년 '한화금융 클래식'을 창설하며 골프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회를 메이저로 승격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 랭킹 1위인 넬리 코다(미국) 등을 초청하고, 상금 규모와 대회 코스 또한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하지만 짧은 역사 탓에 메이저 대회로 인정받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화는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열렸던 '한화컵 서울여자오픈'의 명맥을 되살렸다. 이때부터 KLPGA 투어를 후원하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끈질긴 설득 끝에 2017년 '한화금융그룹 클래식'은 마침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한국여자오픈, KLPGA 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이어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가 된 것이다.
메이저 승격 이후, 한화그룹은 더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대회 장소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앤리조트에서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으로 옮기며 대회의 품격을 높였다. 상금 역시 매년 증액했다. 한화금융 클래식의 총상금은 최대 12억원에 달했고, 메이저 전환 이후에는 KLPGA 투어 최대 규모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대회의 총상금은 17억원, 우승 상금은 3억600만원이었다.
한화 골프단 역시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2011년부터 여자 골프 선수를 후원하며 미국·일본·한국 투어를 아우르는 글로벌 선수단을 운영했다. 유소연, 지은희, 김인경, 신지은, 김아림, 윤채영, 이민영 등이 해외에서 활약했고, 김지현, 이정민, 임희정, 성유진 등 국내 선수도 적극 지원했다. 외국인 선수 후원도 눈길을 끌었다. 넬리 코다는 19세였던 2017년 한화 골프단에 합류해 2022년까지 6년간 함께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의 파고는 한화그룹도 피할 수 없었다. 장기 불황 속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한화는 대회 취소에 이어 선수 후원도 점차 축소하고 있다. 골프단의 상징이었던 지은희와의 후원도 종료됐다.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골프단 자체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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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발 빠진 자리는 곧 연쇄 반응을 낳았다. 교촌, SK텔레콤·SK쉴더스 등도 올해 대회 개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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