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에 20여년간 1조7000억원 손실 입혀"
파나마 감사원장이 홍콩계 회사 CK 허치슨 홀딩스의 파나마 항구 운영을 '강도 행위'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넬 플로레스 파나마 감사원장은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라디오파나마' 인터뷰에서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건은 파나마 역사상 최악의 강도 사건일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고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PPC는 홍콩계 기업 CK 허치슨 홀딩스의 파나마 운하 운영 자회사다. 계약상 파나마 측에서 10% 지분을 가지고 있다. PPC는 파나마 운하 5개 항구 중 발보아 항구와 크리스토발 항구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파나마 감사원은 PPC에 대한 감사를 통해 결제 불이행과 회계 오류 등 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플로레스 감사원장은 "PPC는 자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자회사로 수익을 일부 빼돌리는 방식으로 모회사 순이익을 감소시켰다"며 "지난 24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PPC가 수익을 빼돌려 순이익을 줄이지 않았다면 주주인 파나마 당국은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파나마 감사원은 파나마 조세 당국이 징수했어야 할 세금 규모가 줄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플로레스 감사원장은 관련 세부 데이터를 검찰에서 확보했다며 "추후 다른 항만 시설로 감사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감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발했지만 외교 정책 방향이 결국 미국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남미 외교에서 파나마 운하를 다시 미국이 통제하겠다고 지속해서 발언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파나마 운하를 찾아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하며 파나마 정부를 향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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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당국도 파나마 운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앞서 홍콩 CK 허치슨 홀딩스는 PPC 지분 전량(90%)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측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 당국의 반(反)독점 조사 여파로 최종 계약 체결을 미룬 바 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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