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할린 작가 이정희, 고려인마을에서 삶을 말하다

시계아이콘01분 16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광주서 열린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
“글로 남기지 않으면 삶도 사라진다”

"나는 잊힌 이들을 기록해왔습니다. 모국어로, 한 사람의 삶을 지워지지 않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광주 고려인 마을이 지난 11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 공원에서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과 '중앙아시아로 건너간 사할린 한인들 특별전'을 열었다. 개막식과 더불어 마련된 이야기 공연 무대에는 사할린 출신 한글 작가 이정희가 올라 자신의 삶과 문학을 풀어냈다.


이날 행사는 고려인 마을 주민과 국내외 방문객, 고려인 마을관광청 해설사 등이 함께한 가운데, 고려인 어르신들로 구성된 아리랑 가무단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개막식과 문화행사는 고려인의 이주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삶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사할린 작가 이정희, 고려인마을에서 삶을 말하다 광주 고려인마을이 지난 11일, 마을 중심의 홍범도공원에서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과 ‘사할린 한인 특별전’ 개막식에 이어, 사할린 출신 한글작가 이정희 초청 이야기 공연을 열었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AD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야기 공연에서 이정희 작가는 사할린 출생 고려인 2세로서의 성장기부터 모국어 신문사 기자 생활, 문학 창작과 활동의 여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부모 세대의 사할린 이주 배경, 한국어를 익히게 된 계기, 사할린 한인 학교 시절의 기억을 전하며 "차별 속에서도 모국어를 놓지 않았던 것이 나를 지켜준 힘"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로의 유학과 이주, 기자로 일했던 당시의 경험도 생생히 전달됐다.


이 작가는 고려인 신문사인 레닌기치(현 고려일보)를 통해 문학과 언론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71년 단행본 '시월의 햇빛'에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작품을 수록했고, 이후 30여 편의 단편소설과 희곡 '계월향'을 창작해 고려극장 무대에 올렸다. 특히 2002년 단편소설 '그날 밤'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외한인문학대상을 수상, 2005년에는 독일 베를린 국제 문학예술 아카데미(모스크바 지부)로부터 '황금 왕관 훈장'을 받았다.


그는 "'그날 밤'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며 "그 안에 시대의 상처와 여성의 내면을 담아내고 싶었다. 지금도 그 울림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국어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느낀 보람과 고려인 2세대의 언어 계승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국어는 단지 말이 아니라 정체성과 정신의 뿌리다. 그걸 놓치면 민족의 기억도 함께 지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으로의 영주 귀국 과정에서 겪은 정착의 어려움과 제도적 미비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에서 겪는 문화적 소외와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은 한국어로 글을 쓰며, 잊힌 이들의 삶을 기록해온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인 마을 관계자는 "이정희 작가의 이야기는 고려인의 역사, 아픔, 꿋꿋한 삶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려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D

한편, 고려인문화관에서 진행 중인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과 '중앙아시아로 건너간 사할린 한인들 특별전'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송보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4.1706:10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610:10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010:00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911:19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811:41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 구성원 간에 믿음이 없으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춘추시대 유학자인 공자(公子)가 남긴 말을 전했다. 지난겨울 비상계엄의 충격파 속에 혼돈에 휩싸여 있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얘기다. 문 전 의장은 "공자 말씀이 ‘정치가 무엇이냐’를 물으면 군사(국방, 안보)와 식량(경제), 믿음(공동체) 3가지를 말했다"면

  • 25.04.1807:39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양 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며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은 사그라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깊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중

  • 25.04.1308:00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도 떠날 시점이 올 것이다. 아마 몇 달 후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하면서 머스크의 조기 사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이탈리아 극

  • 25.04.1207:00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

  • 25.04.0609:01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행한 역사다. 지난 4일 오후 3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플랜B가 없다"며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0으로 파면됐다.영어로 표현하면 심플 앤드 클리어다.

  • 25.04.0608:00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최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홍콩 재벌 리카싱 회장이 양국의 압력 속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리카싱이 이끄는 CK 허친슨 그룹은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운영권을 미국 투자기업 블랙록에 매각하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최종 계약 단계에서 보류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거래를 넘어 글로벌 해양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의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