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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사회에 갚아라"…문형배 재판관 있게 한, 이 시대 '어른 김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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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전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에 쏠렸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들은 김 선생의 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문 대행은 이 말을 되새기며 "법관의 길을 걸어온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게 관철되는 걸 찾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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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판결문 낭독 이후 재조명

"나 아닌 사회에 갚아라"…문형배 재판관 있게 한, 이 시대 '어른 김장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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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전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에 쏠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낭독했기 때문이다. 12·3 계엄 선포 이후 122일 만에 대통령이 파면됐다. 함께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재판부를 이끈 문 대행이었다.


문 대행은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낡은 교복과 손때 묻은 교과서를 물려 입으며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는 평생을 나눔에 바친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게 된다. 김 선생의 장학금으로 서울대학교 4학년까지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어른 김장하였다"고 말한다.


김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묵묵히 도왔다. 사비 100억원 이상을 들여 학교를 세웠고, 39세였던 1983년에는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해 1991년 국가에 기부했다. 김 선생은 "내가 배우지 못한 이유는 가난 때문이었다"며 번 돈의 대부분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또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하는 등 어려운 이웃의 삶을 외면하지 않았다.


문 대행은 훗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생님은 제게 자유를 기반으로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차별을 줄이며, 박애로 공동체를 잇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들은 김 선생의 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네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나 아닌 사회에 갚아라"…문형배 재판관 있게 한, 이 시대 '어른 김장하' '어른 김장하' 스틸사진. 시네마달

문 대행은 이 말을 되새기며 "법관의 길을 걸어온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게 관철되는 걸 찾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이 이야기는 2022년 경남MBC가 2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어른 김장하'를 통해 전해졌다. 지역 방송사가 만든 작은 다큐의 울림은 거셌다. 이 시대 진정한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반응을 얻으며 젊은 세대에도 호응을 얻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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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는 지상파 콘텐츠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교양 부문을 수상했고, 2023년 11월에는 극장 영화로 제작돼 3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온라인상에서 문 대행의 눈물 장면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보려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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