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욕다이어리]'예측 불가' 트럼프 시대, 안전벨트 단단히

시계아이콘01분 50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속도와 규모는 예측 이상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무역대표부(USTR)에서 통상 정책을 맡았던 한 참모의 말이다. 현재 워싱턴 D.C. 대형 로펌에 몸담고 있는 그는 트럼프 2기 무역 정책에 대한 최근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트럼프의 관세 발언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되며, 공약집이나 유세에서 등장한 통상 정책은 모두 실행될 것이라 경고했었다. 그랬던 그조차도 트럼프의 전방위적 관세 공격은 '온 더 레코드(공개를 전제로 한)'로 평가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했다.


[뉴욕다이어리]'예측 불가' 트럼프 시대, 안전벨트 단단히 AP연합뉴스
AD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그는 '해방의 날'이라 칭한 4월2일 모든 교역국에 상호관세 폭격을 퍼부었다. 한국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월 백악관을 찾아가 트럼프의 환심을 살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지만, 리더십 공백 상태인 우리와 비슷한 24%의 관세를 맞았다. 관세 앞에서 트럼프에겐 동맹도 적도 없다. 중국은 34%, 대만은 비슷한 수준의 32%의 관세가 매겨졌다.


트럼프는 그동안 주식시장을 경제 정책 성과의 주요 척도로 내세웠다. 하지만 집권 2기 들어 입장을 선회했다. 관세로 인한 증시 충격에도 미국 경제 개선을 위해 단기 혼란과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관세는 무역적자 해소뿐 아니라 제조업 부활, 세수 확충, 나아가 이민·마약 문제 해결까지 아우를 수 있는 치트키(만능 열쇠)가 됐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이제 도구가 아닌, 신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쯤 되니 트럼프의 의지를 그동안 과소평가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 전후로 인터뷰한 미국 측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에서 한미 FTA 재개정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봤다. 이는 트럼프 2기의 주요 타깃이 멕시코, 캐나다로 한미 FTA 재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국내 전현직 통상 관료들의 전망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관세 공세를 보면 미국측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트럼프 시대엔 말 그대로 모든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미국 경제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 전문가인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트럼프의 발언을 결코 흘려들어선 안 된다"며 "미국이 희생자라 믿는 트럼프와의 무역협상에 앞서 각종 관세·비관세장벽부터 해소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발효로 이제 협상의 시간이 왔다. 한국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 트럼프와 어떤 '딜'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관세는 미국이 쓴 협상 지렛대가 될 수도, 우리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청구서가 될 수도 있다. 무역 문제가 끝이 아니다. 관세 문제가 일단락 돼도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증액, 북핵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핵 보유국)'로 지칭한 발언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만약 그가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다면 이는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D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리더십 공백은 6월 초 대선을 통해 해소될 전망이다. 늦었지만 두 달 뒤에는 대미 정상 외교가 가능해진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한 트럼프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대미 아웃리치를 한층 정교화하고, 통상과 외교·안보에서 이해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도 병행해야 한다. '동맹'이나 '우방'이란 이름에 기대거나 낡은 협상 프레임에 안주하는 태도로는 언제나 예측을 넘어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모든 것이 가능한 트럼프 시대, 가장 어두운 시나리오까지 대비하며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야 할 때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5.2011:02
    中 과학굴기, 배경엔 '시진핑 복심 부총리'가 있었다
    中 과학굴기, 배경엔 '시진핑 복심 부총리'가 있었다

    한국이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급 직위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 전략에 맞서는 중국은 과학기술 육성에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 국무원 부총리가 중앙과학기술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그의 공식 명칭은

  • 25.05.2011:00
    "국무회의 보다 셌던 과기부총리 회의"
    "국무회의 보다 셌던 과기부총리 회의"

    "과거 과기부총리는 각 부처를 넘나들며 강력한 조정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더 복잡해진 글로벌 환경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부총리 제도가 있던 참여정부에서 과기부 차관을 지낸 정윤 청운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이어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뒤지고 있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 25.05.2011:00
    전방위로 확산되는 AI기술…부처 뛰어넘는 컨트롤타워가 답이다
    전방위로 확산되는 AI기술…부처 뛰어넘는 컨트롤타워가 답이다

    편집자주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기술 빅뱅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명운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명확한 국가 전략과 강력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AI 시대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연구개발(R&D) 예산 혼란과 부처 칸막이라는 상황은 하루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1년과 비교될 정도의 귀중한 시간만 흘려보냈다.

  • 25.05.2011:00
    AI는 국가전략기술…예산·정책 넘어선 혁신 거버넌스 구축해야
    AI는 국가전략기술…예산·정책 넘어선 혁신 거버넌스 구축해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과학기술부총리제도가 다시 주목받는 건 챗GPT 등장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기술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컨트롤타워를 맡기에는 덩치가 커진 것이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마다 과기부총리제 재도입을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올해 기준 약 30조원에 이른 과학 연구개발(R&D) 재원은 인공지능(AI

  • 25.05.1414:34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시화공단 현장 르포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 25.05.2007:01
    최창렬 "한동훈 '따로 유세' 김문수에게 큰 도움 안될 것"
    최창렬 "한동훈 '따로 유세' 김문수에게 큰 도움 안될 것"

    5월19일 아시아경제 'AK라디오'에 출연한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가겠다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상을 클릭하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20일 부산 광안리를 시작으로 현장 유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와 같이 유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25.05.1808:30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500만달러(약 71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즉시 발급해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16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국의 새로운 영주권 카드인 골드카드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후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잠재 고객이 3700만명에 달하며, 10만개만 팔려도 미

  • 25.05.1708:30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회원비 50만달러(약 7억원)의 고액 사교클럽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이름이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행정부)'로,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중동,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행정부

  • 25.05.1706:00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미국 서부 최대 경제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위 '캘렉시트(Calexit)'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과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주 내에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말까지 54만 명의 청원 서명을 모으면 분리 독립

  • 25.05.1515:48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5월 14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을 위해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스스로 결단해줘야 한다"며 "한동훈 전 대표도 당장 선대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 위원장은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대선 전체 판도를 어떻게 보나.투표가 임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