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적자 스타트업 속속 흑자 전환
'위기설' 롯데, 전략적 투자 제 역할 못해
중고나라·와디즈 "롯데 영향, 문제 없어"
당근·오늘의집·클래스101 등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스타트업들이 최근 잇따라 흑자 전환하며 시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일부 기업은 이런 흐름에 올라타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롯데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중고나라·와디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투자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인수 당시인 2021년 86억원에서 2022년 101억원, 2023년 111억원으로 연평균 13.6% 성장했으나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2년 94억원이던 영업손실이 2023년 38억원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적자가 유지됐고, 지난해에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급성장한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며 그룹의 유통·물류 시너지를 도모한 바 있다. 하지만 중고나라와의 협업은 세븐일레븐 택배 연동 서비스 이후 사실상 중단된 형국이다.
현재 중고나라 최대 주주는 유진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PEF)다. 롯데쇼핑은 전략적 투자자(SI)로 300억원을 투입해 47.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FI 지분 69.88%를 인수할 콜옵션도 설정해 언제든 최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콜옵션 행사는 그룹 내 유동성 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됐고, 올해도 불투명하다.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투자한 롯데지주는 와디즈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1년 와디즈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800억원을 투자,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보유 지분 전량을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했고, 와디즈는 최근 감사보고서에 이를 반영해 한투를 2대 주주로 공시했다.
와디즈는 지난해 매출 432억원,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고 손실은 58.3% 줄었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며 기업공개(IPO)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지속된 적자로 기업가치도 하락했다. 롯데지주는 지분 매각과 함께 한투와 186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투자금 800억원 대비 77% 손실을 보는 결과다. 콜옵션을 설정해 지분을 되사올 여지는 남겨뒀지만 사실상 철수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관리 및 투자전략 재설정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고 단행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또는 재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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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 관계자는 "롯데가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한 PRS 계약은 와디즈의 실적 부진이나 누적적자 미해결 문제가 아니라, 롯데지주의 자산유동화를 위한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명부에서 대기업이 빠진 것이 기업 운영에 영향이 있진 않을 것"이라며 "와디즈의 IPO는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 이후에, 시장 상황을 종합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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