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생활 접고 메디힐 입사
주니어 선수 멘토 역할 임무
권오섭 회장 든든한 후원자 역할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직장인이 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군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출신인 최혜용이 직장인이 됐다. 올해 투어 생활을 정리하고, 골프 꿈나무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은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이다. 현재는 남서울 제1연습장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혜용은 1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해 2월 중순에 처음으로 월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정말 신기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최혜용은 지난해까지 KLPGA 투어를 누빈 베테랑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08년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과 오리엔트·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S-OIL 챔피언십을 끝으로 필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최혜용은 2017년 메디힐 골프단 창단 멤버다. 세계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유소연과 함께 입단했다. 이후 추가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회장님께서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꿈나무 멘토링을 맡게 됐다"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유소연과 명승부를 펼친 바 있다. 당시 9차 연장 끝에 아쉽게 패했다. 최혜용은 "소연이는 우승을 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며 "진심으로 우승을 축하해줬다"고 떠올렸다. 유소연에게 패한 것이 계기가 돼 하락세를 탔다는 말도 있었지만, 최혜용은 "사실이 아니다. 제가 부족해서 진 거"라며 "소연이와는 동갑내기 친구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14일 그녀는 경기도 포천 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다. 골프복을 입고 필드에 서는 마지막 무대다. "그동안 메디힐 골프단에 소속돼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덕분에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권 회장님께서 은퇴 경기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선수 생활을 완전히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스윙을 자주 바꾼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그는 "은퇴를 한다는 것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꾸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완벽해지려고 하다가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골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뛰었다"며 "잊지 못할 순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최혜용의 멘토는 LPGA 투어 통산 9승을 거두고 2022년 은퇴한 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최나연이다. 현재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35만7000명에 달한다. "우상은 최나연 선배예요. 너무 멋있고 스타성도 있죠. 골프 실력은 물론이고, 타고난 재능까지 갖춘 것 같아요."
1990년생인 최혜용은 아직 미혼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행복한 가정도 꾸려야죠. (웃음) 아이는 2명을 낳고 싶어요. 딸이 골프를 하고 싶다면 직업이 아닌 취미로 시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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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녀는 메디힐 KLPGA 회장배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 상위 6위 안에 든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그는 "선수 출신으로서 중학생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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