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을 틈타 국내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 광풍이 불고 있다. 형지글로벌은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는 2800원에서 1만370원으로 270% 상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추진한 무상교복 정책과 맞물려 형지엘리트가 정치 테마주로 편입됐다. 형지엘리트 관계사인 형지글로벌도 주가가 함께 움직이면서 테마주 대열에 합류했다.
헌법재판소가 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4일 오전 11시에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정치 테마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주식시장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도 일제히 급등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은 더 이상 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율 관련 소식이 나오거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테마주 주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정치 테마주를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정치 테마주는 기승을 부렸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테마주에 손을 댔다가 원금손실을 경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거나 대책을 논의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서 외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대표는 수개월 전에도 주식시장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삼부토건의 주가 조작 의혹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주식 조금만 해 본 사람이면 주가조작인 게 딱 드러납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만 보더라도 정치권에서 일반 주주 보호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테마주와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정치인이 테마주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정치 테마주에 대한 경고는 곧 지지층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정치 테마주 위상은 곧 지지율을 대변한다. 당선권에 가까운 정치인 관련 테마주가 강할 수밖에 없다. 대세론을 공고히 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게다가 정치 테마주에 투자한 투자자는 알게 모르게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게 된다. 테마주에 대해 경고하거나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발언했을 때 주가가 급락하면 손해 본 투자자는 등을 돌릴 수 있다. 자칫하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테마주 피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 보호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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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 테마주 광풍이 반복될수록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정치 뉴스에 기대 테마주를 사들인 투자자는 결국 변동성에 휘둘려 막대한 손실을 본다. 주식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결국 정치 자체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침묵은 공범이 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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