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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할 수록 사명감 가져야" SK, 선대회장 혜안 '신경실록'으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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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육성녹음 등 13만여개
당시 임직원 회의 등 원본 보존

"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입에 올리고 내린다지?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별안간에 예측도 못 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빨라.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이 40여년 전 임원·부장 대상의 신년 간담회에서 정치 불안에 대응하는 기업인의 사명감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SK그룹이 시대를 뛰어넘는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과 메시지를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내놓는다.


"정치 불안할 수록 사명감 가져야" SK, 선대회장 혜안 '신경실록'으로 복원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인 유공을 인수한 후 첫 출근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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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SK는 그룹 수장고에 장기간 보관해 온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디지털로 변환·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의 철학과 수펙스 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도약의 주역이었던 그의 경영 활동을 담은 '선경실록'은 디지털 기록물로 복원된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긴 바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경영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건, 사진 4800여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이는 하루 8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정치 불안할 수록 사명감 가져야" SK, 선대회장 혜안 '신경실록'으로 복원 1998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좌석 왼쪽 4번째)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그는 그해 8월 별세했다. SK 제공

수십 년이 지나 돌아본 최 선대회장의 발언에는 시대를 초월한 혜안이 담겼다. 1982년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에서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 된다"라며, 한국의 관계 지상주의를 깨자고 임기 내내 여러 차례 강조한다.


1992년 임원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R&D)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우리나라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환경 기준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당시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이, 1992년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할 때는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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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되어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향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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