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 현장 가보니
부산역 앞에서 시작된 도심은 철로를 만나 뚝 끊겼다. 철로를 건너기 위해선 굳이 돌아가야 했다. 개발은 철로 이남에 머물렀고, 북쪽은 뒷전이었다. 단절된 풍경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지난 28일 부산역 바로 옆 코레일 부산차량사업소 옥상. 난간 너머로 열차들이 대기하거나 회차하는 조차장 부지가 넓게 펼쳐졌다. 17개의 선로가 겹겹이 깔려 있었다. 하치덕 부산시 철도시설과장은 "경부선 철도가 도심을 가로지르며 나눠놓은 부산 시내를 다시 하나로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위에 덮개(인공지반, 데크)를 설치해 북항과 원도심을 직선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 복합 개발을 추진합니다. 단절된 도시 구조를 바로잡고, 삶의 질과 지역 균형을 함께 높이겠다는 취지죠."
◆"철도를 옮길 수 없으니, 그냥 덮습니다"= 이번 사업 공식 명칭은 '경부선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이다. 부산시는 인공지반을 설치하고 그 위에 공원, 상업·주거시설 등 복합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로는 그대로 두되, 그 위를 덮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덮을 수 없는 구간은 인접 부지를 활용해 별도로 개발한다. 총사업비는 1조8184억원. 이 중 철도 지하화에 6841억원, 부지 개발에 1조1342억원이 들어간다. 사업 기간은 2027년부터 2035년까지다. 현재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 단계다. 정부 승인을 받은 뒤에야 본격적인 공사로 이어진다.
부산 동구 부산진 컨테이너야적장(CY) 전경. 해당 부지는 신항 행정지구로 이전한 뒤 전면 재개발된다. 정부는 고층 주상복합 등 수익형 개발을 위해 용적률을 최대 150%까지 완화했다. 최서윤 기자
이 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다. 부산시는 2009년 도심철도이전추진위원회를 꾸려 철도 지하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1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법'이 제정되며 사업 추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시는 선도사업을 공식 신청했고 올해 2월 대전·안산과 함께 대상지로 선정됐다. 당초 부산시는 경부선 전 구간을 대상으로 신청했지만 이번에 선정된 건 사업성이 가장 높은 부산진역~부산역 2.8㎞ 구간이다.
전체 사업 구간은 총면적 약 37만㎡로, 철도선로를 중심으로 부산역 동·서측 양방향에 걸쳐 복합 배치된다. 이 중 데크 면적은 6만6524㎡, 높이는 10m 이상으로 짓는다. 다만 데크 구조는 고중량 건물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어 청년주택이나 공공임대처럼 저층 위주 공공시설이 적합하다는 게 현장 판단이다. 수익성 확보는 부산진 컨테이너 야적장 부지를 활용해 보완한다. 야적장은 신항 행정지구로 이전한 뒤 전면 재개발에 들어간다. 해당 부지는 면적이 넓고 지반 상태도 양호해 고층 주상복합 등 수익형 개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용적률을 최대 150%까지 완화했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부산역의 기능도 달라진다.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는 모두 부전역으로 옮기고, 부산역은 고속철도(KTX·SRT) 전용역으로 운영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인공지반 개발 사례가 있다. 미국 허드슨야드, 프랑스 리브고슈, 일본 신주쿠 복합터미널 등이 대표적이다.
◆북항 재개발과 연결되는 복합지구= 이 사업은 바로 옆 북항 재개발 지역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공정률 55%에 이른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운영 중인 크루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주상복합 협성마리나G7 등이 이미 모습을 갖췄다.
오페라하우스와 크루즈 부두 사이 중간 부지에는 높이 80~90층 랜드마크 타워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 과장은 "북항 개발은 기반 시설 공사를 마치고 건축물 단계에 들어섰다"며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과 북항 개발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북항은 물류 기능이 신항으로 대부분 이전되며 항만 중심에서 도시 기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북항 재개발 2단계 구역에 포함된 자성대 부두는 지난해 말 전면 이전을 마쳤다. 항만 재개발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부두 이전이 완료되며 도시 전환 속도도 빨라졌다.
◆사업성은 충분…민자 유치가 관건= 이를 위해 국가철도공단이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산시 등 지자체와 협업해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국가철도공단 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하 과장은 "코레일·국가철도공단·국토부 소유 부지를 활용해 별도 보상 절차가 없고 정부가 보상비를 출자한 만큼 사업 리스크가 낮다"며 "용적률·건폐율 인센티브도 있어 일반 도심보다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전 구간을 민간 자본만으로 추진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국가 재정은 직접 투입되지 않고 철도용지 개발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 부족분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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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이에 대비해 사업 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있다. 하 과장은 "전체 2.8㎞ 구간을 전부 덮는 방식이 부담스러우면 수익성이 높은 구간에만 인공지반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업 범위와 방식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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