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피자, 치킨, 자장면 보다 더 오른 햄버거
10년 전 4300원이던 빅맥 단품 이제는 5500원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등 가격 인상
비싸진 햄버거 가격에 소비자 부담 ↑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서민 음식'으로 불리던 햄버거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환율 상승과 원자재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브랜드가 프리미엄화 전략을 내세워 2~3만원대 고가 메뉴를 내놓으며 소비자의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햄버거 소비자물가지수는 130.17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100)을 기준으로 햄버거 물가가 4년간 30.17% 올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피자(19.04%)·치킨(24.11%)·칼국수(24.66%) 등 다른 외식 메뉴들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컸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주요 외식 품목 39개 중 햄버거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 김밥(32.63%)뿐이었다.
햄버거 물가가 치솟은 배경에는 프랜차이즈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20일부터 햄버거와 음료, 사이드 메뉴 등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전체 평균 인상률은 2.3%다. 대표 메뉴인 빅맥 세트는 기존 7200원에서 7400원으로 200원 인상됐다. 맥도날드가 가격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으로, 당시에도 16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올린 바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지속적인 환율 및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상황도 비슷하다. 버거킹은 올해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버거킹의 대표 메뉴 와퍼는 7100원에서 7200원으로, 갈릭불고기와퍼는 7400원에서 7500원으로 조정됐다. 맘스터치(지난해 10월), KFC(지난해 6월)도 가격을 올린 바 있으며, 롯데리아는 내달 3일부터 6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3% 인상할 예정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햄버거 가격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전 세계 물가 비교 지표로 활용되는 빅맥 가격은 2015년 4300원이었지만, 올해는 5500원으로 약 28% 인상됐다. 롯데리아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도 같은 기간 3400원에서 4800원으로 41% 넘게 올랐다.
햄버거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과거 '가성비 외식 메뉴'로 불리던 햄버거가 더는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임모씨(30)는 "햄버거는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서 부담 없는 메뉴였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찾게 되진 않더라"며 "이제는 세일하는 메뉴만 골라 먹거나, 쿠폰을 꼭 챙겨서 쓰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파이브가이즈 등 글로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도 햄버거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저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1만 원 이하로 대다수의 세트 메뉴를 구매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가격대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파이브가이즈의 햄버거 단품은 1만 3400원이며, 감자튀김은 작은 사이즈 기준 6900원이다. 따로 세트 메뉴가 없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만 구매해도 2만원이 넘는 셈이다. 또 고든램지버거의 대표 메뉴인 헬스키친 버거는 3만2000원이고, 최고가 메뉴인 1966버거의 가격은 무려 14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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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햄버거 가격 인상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햄버거 시장은 사실상 과점 구조"라며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슬그머니 따라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의 이탈이 크지 않다 보니, 기업들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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