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단독 F&B 브랜드 경쟁 심화
롯데百 '서령', '해남천일관' 등 입점시켜
신세계百, '하오신' 리뉴얼 이후 매출 160%↑
"F&B, 유통사들의 중요한 집객 포인트"
명품관은 '백화점의 꽃'으로 불린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로 불리는 고가의 3대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와 재빠른 새로운 명품 브랜드 유치가 백화점의 경쟁력을 가른다. 하지만 최근 e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가 럭셔리 시장까지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백화점은 식음업장(F&B)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프리미엄과 럭셔리'로 특화된 강점을 살리면서 '웨이팅 지옥'으로 알려진 F&B 업체들을 백화점으로 끌어와 집객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새로운 평양냉면 맛집으로 떠오른 '서령'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들어선다. 서령의 백화점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령은 강화도의 작은 가게에서 하루 200그릇의 평양냉면을 한정 판매하던 곳이었다. 밀가루와 전분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100% 메밀 순면인데, 면발이 쫄깃해 '평냉 덕후'들의 '인생 맛집'으로 꼽히며 수많은 대기 줄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서울 남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식가들에게 인정받으며 2025년 미슐랭 가이드 '빕 구루망' 레스토랑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맛에 일가견이 있는 가수 성시경씨가 유튜브 개인 방송 '먹을텐데'를 촬영해 전국 '평냉', '수육' 덕후들을 불러 모았다. 성씨는 이 집에 대해 '면이 맛있는 집'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3월 예약은 모두 마감됐다.
서령을 백화점으로 끌어온 것은 롯데백화점 다이닝 팀의 안효현 치프바이어다. 안 바이어는 서령을 입점시키기 위해 3년 전부터 밥 먹듯이 강화도에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령의 대표인 이경희·정종문 부부를 만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수년간 눈도장을 찍은 뒤에야 올해 서령의 두 번째 매장을 잠실 롯데월드몰에 선보이게 됐다. 경쟁 백화점들도 서령을 자신들의 점포에 입점시키기 위해 강화도로 찾았다는 후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에비뉴엘과 잠실 몰의 F&B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모습이다. 에비뉴엘의 경우 2023년 단일 명품관 기준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만큼 명품급 식당들을 입점시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5월에는 2024년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프리미엄 한식 다이닝 '해남천일관'을 선보였다. 해남천일관은 반포 본점과 잠실 두 곳에만 매장을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오는 5월 중으로 제주도 최초 오마카세 브랜드 '스시호사카이'를 새롭게 선보인다. 매장명은 '부티크 호시카이'로 한식과 일식을 융합한 콘셉트로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강남점을 리뉴얼하며 '하우스오브신세계'에 단독 F&B 브랜드들을 대거 유치했다. 주요 브랜드로는 '윤해운대갈비', '김수사', '우나기 욘다이메 키쿠카와', '고량주관', 'HON', '바위파스타바', '미도한우함박' 등이 있다. 국내, 미국, 일본에 본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들로 유통사 중에서는 신세계백화점에 처음으로 입점한 브랜드들이다.
이 가운데 윤해운대갈비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점을 두고 있는 한우 암소갈비집이다.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 창업주의 손자인 윤주성 대표가 오픈한 매장으로 국내 점포는 신세계백화점이 유일하다. 우나기 욘다이메 키쿠카와는 1932년 일본 나고야에 본점을 두고 4대째 운영 중인 장어 전문점이다. F&B의 효과를 경험한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본점 F&B도 리뉴얼도 진행해 '서관면옥', '광화문국밥' 등을 단독으로 들여왔다.
현대백화점도 단독 브랜드들로 식품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리뉴얼한 중동점에는 캐릭터 마카롱 맛집 '로빈 디저트샵'과 대만 프롯티 음료 '드링크 스토어' 1호점을 입점시켰다. 2023년 7월 리뉴얼한 압구정에도 백화점 1호 매장들이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우 오마카세 '이속우화'의 철판 요리 전문점 '우화함'과 일본 도쿄 시폰케이크 전문점 '마사비스', 일식 브랜드 '마키산다이'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선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F&B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화점의 핵심 사업인 패션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반면, F&B 부문은 두 자릿수대 이상의 신장률을 이어가면서다. 지난해 각 백화점의 식품관을 보면 롯데백화점은 25%, 현대백화점은 12%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리뉴얼에 나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오브신세계'는 전년 동기간(2023년 6월10일~2024년 3월18일) 대비 매출 신장률이 160%에 달한다.
F&B는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이끄는 효과도 쏠쏠하다. 이 때문에 독점 매장을 확보하려는 바이어 간 경쟁도 치열하다. 각 백화점의 식품 담당 바이어들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수십, 수백번 음식 맛을 보는 이유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F&B 콘텐츠는 유통사들의 집객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며 "각 백화점만의 색깔을 담은 차별화된 F&B 콘텐츠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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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외식업계의 트렌드도 백화점 간 독점 매장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음식점이 한 백화점에 입점해 매출이 크게 늘면 다른 백화점으로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매장을 늘리는데 소극적이다. 같은 백화점, 다른 점포로 지점을 1~2개 확대하는 정도다. 적은 수의 점포를 두는 대신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 나가려는 음식점이 많아진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같은 백화점인데도) 입점 제안을 했을 때 다른 점포로 추가 매장을 여는 것에 대해 신중하다"며 "유명 음식점을 들여다보니 음식의 질, 서비스 이런 부분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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