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바인' 생존자, 26년 만에 총상 합병증 사망…"자연사 아닌 타살"

미국 최악의 교내 총기 사건 '컬럼바인'
합병증 고통받던 생존자 호크할터 숨져
생전 총기 사건 피해자 돕는 데 헌신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 중 하나인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가 총상 관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99년 사건이 벌어진 지 26년 만이다. 연합뉴스는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을 인용해 "컬럼바인 총격 피해 여성인 앤 마리 호크할터가 43세를 일기로 지난달 16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였던 앤 마리 호크할터가 지난해 4월 19일 덴버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25주년을 기념하는 철야 집회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호크할터는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총격으로 인한 신체 마비와 그에 따른 합병증이 주요 사망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그의 죽음을 자연사가 아닌 타살로 결론지었다. 이로써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는 종전의 13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사건 당시 17세였던 호크할터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중 총탄 2발을 가슴과 등에 맞고 쓰러졌다. 그는 이후 허리 아래 하반신이 마비됐고 평생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다만 호크할터는 신앙과 우정에 의지하며 긍정적인 삶을 이어가려 애썼고, 다른 총격 피해자들을 돕는데 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총격범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발간하자, 그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을 용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호크할터는 편지로 "내가 가족의 죄로 인해 심판받고 싶지 않듯이, 같은 이유로 당신을 지지한다"며 "척수 손상과 극심한 신경통 탓에 많은 의료 문제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교에서 재학생인 에릭 해리스(18)와 딜런 클리볼드(17)가 총탄 900여발을 무차별 난사한 사건이다. 당시 총격으로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사망했으며, 가해자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후 원인 규명과 총기 규제 문제 등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로도 미국에서 428건의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며, 39만 4000여명의 학생이 교내에서 총기 폭력을 경험하는 등 총기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