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실명·괴사·사망…의료관광 맞물려 사고↑
책임 입증 어렵고 소송 비용 부담돼
법조계 "드러나지 않은 피해 더 많을 것"
일본인 A씨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매 교정을 위해 '뒤트임'과 '밑트임' 시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눈꼬리를 바깥으로 넓혀 눈을 더 크고 부드러워 보이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술 후 A씨는 눈 아래 점막이 드러나고 눈꺼풀이 당기는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1년 뒤 한국을 다시 찾아 재건 수술을 받았으며, 정신적 피해와 추가 비용을 이유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병원이 시술 부위를 충분히 고정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배상을 명령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6일 한국의료분쟁조정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피부·성형 시술과 관련해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한 외국인 환자는 17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관광이 줄었던 2020~2021년에도 일부 상담이 이어졌으며, 이후 관광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의료분쟁조정원을 알지 못한 채 귀국하거나 곧바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 분쟁 사례를 보면, 성형 관련 사고는 코 필러 시술부터 지방흡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중국인 여성이 사망했으며, 2020년에는 홍콩 재벌 3세가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숨졌다. 또 다른 일본인 여성은 지방흡입·안면 지방이식·눈 밑 지방 재배치 시술을 받다가 지방 색전증으로 호흡 곤란을 겪었고, 폐 기능 손상으로 인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필러 시술 후 피부 괴사와 실명을 겪은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소송은 병원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한국 법조인과 협업해야 해 비용 부담도 크다. 특히 환자가 귀국한 뒤에는 즉각적인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워, 병원의 사후 관리 책임을 묻기가 더욱 어렵다.
일부 병원에서는 외국인 환자의 취약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재수술을 권유하거나, 외국인이 한국의 의료법과 환자 권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수술 기록을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발생해도 연락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본국에서 후속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법무법인 가온의 일본팀 소속 최현윤 변호사는 "일본에서 후속 치료를 받으려면 수술 동의서와 경과 기록이 필요하지만,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진단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는 20~30대 젊은 층이 많지만, 법률 상담이나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 뜨는 뉴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성형 피해자를 위한 구제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의료 소송은 비용과 절차 부담이 커 외국인 환자들이 피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 지원과 피해 보상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