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반발에 헌재 돌진…4명 사망
尹 탄핵 심판 선고 앞두고 극언
정치권은 국회 대신 거리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헌재 인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등 11개교의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 역시 선고 당일 휴일을 검토하고 있다. 탄핵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이 몰려들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집회·시위로부터 학교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고 교육활동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헌재 인근 8개 지역을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헌재를 중심으로 반경 1.85㎞를 임시 비행금지공역으로 지정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승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정해진 탄핵 선고일의 전날부터 일정 기간 총기 출고를 금지하는 방안과 헌재 인근 지역의 주유소 폐쇄 등을 검토 중이다. 혹시 모를 테러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외 종로구청은 노점상연합회에 헌재 인근 노점상의 휴무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자 각 기관에서 여러 조치를 내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헌재 결정 불복 등 '극언'이 여럿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인 이명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의 옥중편지를 공개하면서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즉각 처단하자"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하자"며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 역시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과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 있는 분들도 계시는데 조속히 석방되길 기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승복,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탄핵 찬성 측도 결집해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공동대표 20명은 지난 8일부터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집회도 열겠다는 계획이다. 비상행동은 지난 13일 헌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윤 대통령 파면이 시급하다"며 "시민들은 조급한 마음으로 매일 거리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역시 국회 대신 거리로 나와 헌재의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분노한 朴 지지자, 헌재로 돌격…정부 "불법·폭력엔 무관용"

경찰은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에도 비상근무태세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갑호비상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탄핵 심판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시민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2017년 3월1일 광화문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때도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심판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오만한 법관들에게 무조건 승복한다고 말해야만 선량한 국민이 아니다"며 "촛불 세력은 어둠의 자식"이라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일제에 저항해 피 흘렸던 순국선열의 뒤를 잇겠다"며 폭력도 불사할 것을 예고했다.
2017년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되자 지지자들은 곧바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헌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경찰에게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소화기를 뿌리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지지자는 경찰이 세워둔 버스를 흔들었다. 결국 70대 남성 1명은 소음을 측정하는 버스에서 떨어진 대형 스피커에 맞아 사망했다. 이외 70대 남성 2명, 60대 남성 1명은 집회 현장에서 의식 없는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서도 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폭력을 선동한 자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9년 탄핵 반대 시위에서 폭력을 선동하는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대변인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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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와 유사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엄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불법·폭력 집회 및 시위나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며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격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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