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 비대면 주담대 영업시간 열리자 마자 '판매한도 소진'
대출 실수요자들, 금리인하에도 대출절벽 여전
최근 대출 실수요자들이 비대면 모바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오픈런(열림과 동시에 달려들다)'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 은행권에서 연간 단위로 관리해 오던 대출 한도를 '일별'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올해 들어 시중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의 모바일 대출 상품이 영업시간 개시 직후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영업시간인 오전 9시가 열리자마자 '일별 판매한도가 소진됐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조기 마감을 알렸다. 이 밖에 iM뱅크도 비대면 주담대를 일별로 관리하면서 6일부터 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한 바 있다. 통상 대출 오픈런은 대면 창구가 없는 주요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던 현상이었으나, 최근 시중 은행으로 번졌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통상 연간으로 관리하던 대출 목표치를 자체적으로 일별로 관리하면서다. 은행권이 분기 또는 월별 관리가 아닌 일일 한도 관리에 나선 것은 가계대출 감소세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어 전월(9000억원 감소)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압도적으로 컸다. 전월 대비 5조원 늘어났는데, 이는 1월 증가폭(3조2000억원)과 비교해서도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NH농협은행도 6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도 10일부터 대면 주택담보대출(혼합형)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및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금융채 5년·10년물 지표금리 상품 한정) 금리를 0.10%포인트씩 낮추고, 7가지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도 우대금리 신설을 통해 0.10∼0.20%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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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비대면 상품은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출보다 한도도 적고, 대출건수도 작게 잡기 때문에 대출받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일 뿐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하반기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도 예정돼 있어 상반기에 대출수요가 더 몰릴 수 있고, 지난해와 같이 연말에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올해는 연초부터 대출 총량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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