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상거래채권 분류 인정 요구
"홈플러스·카드사·MBK '짜고친 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피해를 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ABSTB)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채권을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ABSTB)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현석 기자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는 홈플러스 전단채 개인 투자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단채의 상거래 채권 인정 및 우선 변제를 촉구했다. 이날 회견은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자들의 첫 집단행동이다. 약 20명 정도가 모였다.
기자회견에는 홈플러스 전단채에 투자자의 딸이 직접 나와 부모님의 노후자금 2억원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충격을 쓰러지면서 지금은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정도"라며 "저희 부모님의 목숨 같은 돈이고 평생을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제발 하루빨리 돌려달라"고 했다.
2억원을 투자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는 "신용평가가 강등되기 전 전단채를 발행했다는 점이 어이가 없고 괘씸하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전단채가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우리가 가입한 채권은 홈플러스의 물품 대금 지급을 위해 제공한 돈"이라며 "피해자들이 가입한 채권이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금융채권이 되면 순식간에 깡통 채권이 된다는 것을 듣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카드사와 함께 계획적으로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매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전단채는 지난달 25일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발행됐다"며 "같은 달 28일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이달 3일 밤 12시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몇 주 전부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서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롯데카드의 대주주는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MBK가 약 68%의 주식을 갖고 있다"며 "홈플러스와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및 MBK가 짜고 친 판에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플러스 회생 개시 결정 후 첫 번째로 만기가 도래한 11억4000만원을 비롯해 3월10일에도 324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앞으로 4000억원 규모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MBK에 대해서는 '먹튀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김병주 MBK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의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기업회생을 통해 부채를 단번에 털어버리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악질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마지막으로 "금감원과 정부는 피해자들이 노후자금, 주택구입자금, 자녀 결혼자금으로 평생 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구제해야 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을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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