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R의 공포' 확산
급진적 통상전쟁이 부메랑으로
'親시장' 레이건 정부 돌아볼 때
"트럼프 범프(Trump Bump)는 끝났다."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최근 "관세가 치명적 타격이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범프'란 도널드 트럼프 정책 기대감에 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르거나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규제 완화나 감세 등 친(親)시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취임 50여 일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글로벌 자산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고 심지어 트럼프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대한 우려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트럼프 취임 두 달 만에 대선 이전 수준보다 밑으로 추락했다. 특히 1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애플과 엔비디아, 테슬라 등 7개 대형 기술주(매그니피센트 7)의 시가총액이 1100조원 넘게 증발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투심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의 증시 부진과 관련해선 "난 (주식) 시장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 기간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트럼프 랠리'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공으로 돌렸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비즈니스맨답게 주가가 민심의 척도라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기 때도 자신의 치적을 설명하며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 통상 전쟁이 부메랑이 돼서 미국 내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발 글로벌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추앙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내세웠던 슬로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이념이기도 하다. 또 트럼프는 레이건 집권기 구호를 변용해 자신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만들기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생일이었던 지난달 6일에는 본인 집무실에 걸려 있던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초상화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레이건 초상화를 걸었을 정도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결책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라고 믿었다. 그는 모든 현안에 대해 이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며 더욱 강력한 친(親)시장, 신(新)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들고나왔고 결국 미국 경기를 회복시켰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은 동맹을 중시하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우방국마저 고개를 젓게 하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미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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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능하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학교 호그와트 교장실에 걸린 역대 교장 초상화처럼 레이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혹은 그렇지 못해 엘리사 슬롯킨 미 민주당 상원 의원의 말처럼 "무덤 속에서 뒤집어지고 있을 것(Reagan must be rolling in his grave)"인지도 말이다.
조강욱 국제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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