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법정 정년 65세 연장 권고
"대책 없이 정년 연장하면 청년 절망"
반도체 주52시간 제외 반대 야당 비판
"5인 미만 근기법 적용 판단 어려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청년이 약자이기 때문에 약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해버리니까 청년이 들어갈 일자리가 반으로 줄었다. 그럼 정년 연장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가 우선이고 계속고용이 후순위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언급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1차 노동시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없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 가운데 김 장관이 청년에 우선순위를 둔 발언을 한 것이다.
"인권위, 좋은 소리만…청년이 더 노동 약자"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와 김 장관에게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과 정년을 맞추지 않으면 소득 단절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개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인권위는 법정 정년 연장이 청년 채용 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장관은 해당 권고를 두고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라며 "좋은 소리는 다 했는데 (정년 연장과 청년 채용 문제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입사를 원하는 청년과 재직자 사이에 정면충돌하는 것이 정년연장"이라며 "정부도 굉장히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정년이 임박한 재직자보다는 한 번도 직장을 못 가져본 청년이 더 노동 약자"라며 "정부는 약자 우선으로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쉬었음 인구가 43만명이 넘었고 자꾸 (수치가) 올라간다"며 "이 청년들을 한 명이라도 (고용 시장에) 집어 넣어야 하는데 대책 없이 정년을 연장해버릴 경우 청년들은 정말 절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년연장 및 계속고용 논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그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노동계 측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화를 중단하면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경사노위는 한노총 참여를 촉구하되 복귀하지 않더라도 다음 달 결론을 내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토요일(8일)에 한노총과 만났다"며 "한노총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노총은 내부 사정으로 결단하기가 어렵다"며 "잘못하면 조직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권위 권고는 당장 어떻게 한다든지 (입장을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90일 내에 답을 해야 있는데 우리가 마음대로 답을 할 능력이 없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한노총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노총 집행 기관에서 정년 문제 이런 것들을 적어도 경사노위 회의에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만나는 건 자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노총이 우리나라 경제와 노사 관계에 엄청 중요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영향력이 큰 만큼 리더십을 잘 발휘해달라 이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관련해선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게 김 장관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삼성과 은행, 건설도 감원 추세"라며 "올해도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 달 전에 비해 (청년) 쉬었음 인구가 2만여명 늘어 43만여명"이라고 토로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 뾰족한 방법이 없냐는 것이냔 추가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도체 최대한 도울 것…필리핀 국적 차별 피해야"
김 장관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야당이 반대하는 것을 두고서는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경제 대표 주자가 반도체"라고 강조한 그는 "반도체 살려 보자는데 그것도 안 하면 경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며 "법 못 바꾸고 고용부에서 행정으로 해보라고 하면 우리라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11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반도체 R&D 인력들을 만나 근로시간 개선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의견을) 들어보고 최대한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이 뭘 먹고 살겠냐"며 "(현 상황이) 굉장히 어렵기에 우리 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최저임금 적용으로 이용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관련해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현행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국내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배가 안 돼야겠지만 국적에 따른 차별을 내비칠 수 있는 요소는 가능하면 정부는 피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 설명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관련해서는 외부 연구용역, 관련 협회 의견 청취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수 조사는 못 하지만 샘플을 살펴서 식당, 미용실, 제과점, 커피숍, 제조업, 도소매업 등 어느 정도까지 유형화해서 지역별로 최저임금 근기법 적용할 때 임금 상승효과가 편의점과 식당은 어느 정도 올라갈지 그럼 폐업은 몇 퍼센트일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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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면 적용하면 폐업이 늘어나니 전면 적용하지 말고 5인 미만 (적용) 첫해에는 4대 국경일에만 쉰다, 두 번째 해에는 연차 휴가 며칠 준다, 그다음에는 빨간 날에는 다 논다든지 이렇게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다만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좋아하고 사장들은 얼마나 문 닫고 할지 판단에 자신이 없다"며 "지금 경제가 어렵고 홈플러스도 문을 닫는 판이라 쉽지 않다"고 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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