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의결권 위한 집중투표제만 인용
고려아연 주도 결의안 모두 무효
신규 선임 이사들도 직무집행 정지
정기주총서 영풍·MBK 측 이사회 장악 가능성
법원이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중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모든 의안에 대해서 효력을 정지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며 상법상 상호주 제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분 우위를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MBK 측이 낸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의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1-1호)만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나머지 이사 수 상한 설정(1-2호), 액면분할(1-4호),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1-6호), 배당기준일 변경(1-7호), 분기배당 도입(1-8호) 의안은 모두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이용해 고려아연 1대 주주 영풍의 지분 25.4%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제한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전날 SMC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취득한다는 공시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를 만든 것이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이를 이용해 임시 주총 전날 영풍·MBK 측의 의결권을 봉쇄했다. 이를 통해 얻은 의결권 지분 우위로 다음날 임시주총에서 원하는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며 이사회 과반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국내회사이자 주식회사에 한정해 적용되는데 SMC는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이므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상법 369조 3항은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상 규정하고 있는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할 수 있다"며 "SMC가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가 아님은 명백하고, SMC는 유한회사의 성격을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시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측이 선임한 이사들의 직무집행도 정지된다.
상호주 규제 방식으로 묶였던 영풍 지분의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이달 말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대거 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승기가 영풍·MBK 측으로 기울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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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지막 변수는 남아있다. 법원이 SMC가 유한회사인지 주식회사인지만 가렸을 뿐, 해외법인에 국내 상법 적용 가능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이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SMC의 모회사이자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SMH로 이관한다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다시 작동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시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사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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