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주총서 전문경영인 사내 이사 선임
1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끝낸 한미약품그룹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본업인 신약 개발에 집중해 저평가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엿보인다.
7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 김성훈 전 한미사이언스 상무 등 사내이사 후보 4명에 대한 선임 안건을 정기 주총에 부의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같이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는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사내이사 후보, 김재교 전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정기주총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총은 이달 26일 열린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이 본격화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연합'은 독일 제약사인 '머크' 모델의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가족기업인 머크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선임한 전문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한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여러 이슈를 극복하고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단단히 구축해 새로운 모습으로 새출발한다"며 "성과 기반의 혁신을 통해 고객 및 주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핵심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직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유한양행 출신으로 인수합병, 기술수출 등 투자 업무를 30년간 주도했다. 2018년 유한양행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 기술수출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2021년 메리츠증권에 합류해 바이오벤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IND 본부를 이끌었다.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에 오른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재무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재경팀장 부장, 경영혁신팀장 상무, 사회공헌 TF장 상무 등을 역임했다. 한미사이언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성훈 전 상무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자 통신총괄·DMC부문 경영관리 과장, 의료기기사업부 경영관리 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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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밸류업(기업가치 재고)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1조4955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초 35만원대였던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25만5000원으로 28% 가량 떨어졌다. 외형 확장을 이뤘음에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분쟁으로 인한 R&D(연구·개발) 경쟁력 약화 우려와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 등 영향이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최근 1년 이상 지속된 경영권 분쟁에 따라 본질 가치(영업가치+신약가치) 대비 30~40% 디스카운트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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