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인 복합체계 미흡 ·탑승 승조원 과다 문제
"10년전 개념적용한 기본설계 다시해야" 지적
한국형 구축함(KDDX)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KDDX는 2031년이 되어서야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데 설계단계부터 미래 해양 작전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6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함 건조는 개념설계를 시작해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1번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KDDX사업이 시작된 시점은 2011년이다. 다음 해에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진행하며 순풍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2016년에 사업은 멈췄다. 군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대비해야 한다며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정조대왕급 구축함(KDX-III Batch-II)을 먼저 건조하기로 했다. KDDX사업은 중장기사업으로 연기됐다. 2017년 국방기술품질원은 사업 기간이 늦어졌다며 사업비용을 다시 산정했고 2019년이 되어서야 사업타당성조사를 시작했다. 개념설계 다음 단계인 기본설계가 진행된 건 2020년 이후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은 10년이 늦어졌다.
2011년 사업 시작했지만 지연에 지연
사업이 늦어지면서 HD현대중공업이 맡은 기본설계엔 군이 제시한 2016년 작전운용성능(ROC)이 반영됐다. 이달 열리는 방위사업청 분과위원회에 이어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 함) 건조’와 ‘후속함 건조’ 사업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미래 해양 작전환경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해군은 해양작전을 위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인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비용적으로 무인함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군은 2023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마덱스)에서 유인전력 함정 6척, 항공기 3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3대, 특전팀, 무인전력 무인수상정(USV)과 무인항공기(UAV) 30대를 투입해 상륙작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해군 전력 대부분을 상실했음에도 일명 ‘해상드론’을 사용해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이바노베츠(Ivanovets) 초계함을 격침했다.
미래 작전환경보단 국산화에 초점 설계
KDDX가 네이비 씨 고스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위해서는 함정 내 안테나 통합기술, 무인전투체계 통합, 다수 다종 콘솔 통합기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KDDX 기본설계에는 장비가 탑재되지 않는다. 반면 해외에서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에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시범 운용 중이다. 지중해·중동 권역 군사 강국인 튀르키예는 ‘미니 항모’로 불리는 스페인 해군의 후안카를로스Ⅰ을 모델로 신형항모를 건조 중인데 유무인 함재기 약 50대를 다양하게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최봉완 한남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KDDX 기본설계는 전투체계, 통합마스트 등 국산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작전 운용 향상을 위해서는 해군이 필요로 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반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KDDX의 탑승 인원도 문제다. KDDX의 승조원 수는 약 150명이다. 해군은 지난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역 자원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해군 전 함정에 병사 비율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간부화’ 또는 ‘완전 간부화’ 운용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2022년부터 ‘간부화’ 및 ‘완전 간부화’ 시범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기존 병력 18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KDDX 기본설계와 다른 개념이다. 프랑스의 신형 1급 호위함(FDI)의 승조원은 110명,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가미급 호위함(FFM)은 90명, 이탈리아의 다목적 연안초계함(PPA)의 승조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함정 규모에서 차이는 있지만 KDDX의 승조원 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 해군도 병력 부족과 맞물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고려해 유령함대 개념을 적용 중”이라며 “KDDX의 재설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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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건조 땐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
일각에서는 함정 수출을 위해서라도 KDDX를 작전환경을 반영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의회는 유지·보수·정비(MRO)에 이어 미 해군 함정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강조하면서 미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 같은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게 된다. 미 해군이 준비 태세를 유지하려면 함정 355척이 필요하지만, 현재 291척만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함정 수를 늘리려면 미국 내에서 건조하거나, 오래된 함정을 개량하는 방법이 있지만, 너무 비싸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함정 건조 전체나 공정 일부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조선소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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